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21일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단체장들과 도시락 오찬 회동을 하며 경제계 현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배제됐던 전경련이 간사 역할을 해서 회동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전경련은 사실상 해체수준으로 전락한 상태고, 그 자리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대신해온 터라 이번 회동에서 전경련이 간사 역할을 했다는 소식은 전경련 부활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대통령과 당선인간의 오찬 회동이 불발된 상황에서 가장 주목될만한 오찬 회동이 전경련 주도로 경제 6단체장들이 회동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출범 후 우리나라 주요기업 434개사들을 회원사로 둔 경제계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이익단체역할을 해왔다. 협회의 성격상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본연의 목적이겠지만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기업중심의 경제구조를 체질화시켰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시절 최순실 국정농단의 상징으로 지목된 미르재단 설립시 전경련이 주요 그룹에 출자 창구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결과 밝혀져 삼성, 현대, 에스케이(SK), 엘지(LG), 케이티(KT) 등이 탈퇴하는 등 지난 5년간 경제단체 수장 직에서 겉도는 듯 했다. 삼성 등 주요 그룹 회장들이 역대 전경련 회장을 번갈아가며 맡았던 관례에 비춰보면 전경련의 수난사로 기록될만했다. 그런 전경련이 당선인과 경제단체 회장들 모임에 간사 역할을 했다니 새정부와 함께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당선인 말처럼 권위주의 상징이 청와대이었다면 전경련 또한 예외는 아니다. 경제 6단체 회원사들이 중복으로 겹치는 경우를 감안하면 전경련이 경제계를 대변하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기업이 회원사라 대기업 중심의 이익집단이라 할 수 있다. 전경련 과거사를 보면 정권과의 밀월 관계의 중심에 있었고 그 여파는 정경유착이라는 상징처럼 보였다. 정권의 비자금 창구역할도 마다하지 않은 전경련이 지난 5년간 환골탈퇴했는지는 모른다. 재계 권위주의 상징으로 꼽히는 전경련만이 재계를 대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지난 5년간 절치부심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번 당선인과의 도시락 오찬 회동에 전경련이 나섰다는 점은 여러모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정치적 권위의 상징인 청와대도 버리는 판에 전경련을 소환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는 외부 충격에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을 다시 증명했다. 그 때문에 재난지원금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상황은 낳아지지 않았다.
당선인이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 대변단체들이다. 청와대 떠나기로 정치 권위는 떨쳐 내면서 전경련 부활로 보이는 전경련이 간사 역할에 나선 것은 부적절해 보이는 이유이다. 우리 정치구조상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중심축이 바뀌는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당선인이 경제계 단체장들과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경제계가 직면한 다양한 입장을 귀담아 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