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화안전 짓밟는 우크라이나 침공...대가는 러 국가부도인가

신용평가사 마저 러시아 신용등급 투기등급으로 강등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8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무디스, 피치, 스탠다드 앤 푸어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 당했다. 러시아가 미사일과 탱크라는 무기를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면 국제 금융계는 러시아에 금융으로 역습한 셈이다. 신용평가사마저 러시아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계단씩 강등시켰기 때문이다.

 

피치는 러시아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대상'에, 무디스는 'Baa3'에서 'B3'로 격하시켰다. 이들 등급은 투자가 위험한 투기등급이다. 이유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로 러시아가 사실상 대외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국제금융통신망 스위프트(SWIFT)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배제하는 등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잇따르자 러시아 신용등급을 불가피하게 떨어뜨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사실상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국가 신용등급을 한 번에 6단계나 강등시킨 예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한국에 취했던 악몽 같은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당시는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달러표시 외환보유고가 거덜나 대외 결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엔 국제 금융계의 금융제재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도 거래정지나 다름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수출입은 물론 주식과 외환 등 거의 모든 금융거래가 사실상 봉쇄된 여파다.

 

앞서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달 28일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6천400억 달러(약 771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국제 제재로 사실상 동결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러시아가 채무불이행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이달 7억 달러(약 8천400억원) 규모의 국채상환이 일부 자산 동결과 국제사회 금융제재로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국제 금융계가 거래자체를 봉쇄하는데 동참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투자목록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도 투자목록에서 러시아 주식을 빼버렸다. 투자목록에서 빠지면 대신 다른 나라 주식시장의 주식이 포함된다. 전세계 펀드들이 이들 지수에 포함된 주식을 기계적으로 거래한다는 점에서 러시아 주요 기업들도 덩달아 피해를 당한 셈이다.

 

개전 8일째를 맞은 전황 판이다. 갈수록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무원 속에 금융제재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 상황이 이어지면 러시아는 국제사회에 금융 항복에 해당하는 국가부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세계인을 연결하는 트위터나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도 러시아발 가짜뉴스 차단에 나섰고, 해커들도 러시아 국방부와 은행 등 공격에 동참하는 등 전방위 제재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항전으로 전선에서는 자국 병사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고 국제사회로부터는 왕따를 당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판이 부른 댓가는 국가부도라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믿기지 않을 것이다. 전선에서는 전선대로 저항에 직면해서 오도 가도 못하는 반면 서방의 전방위적인 제재는 강도를 더하고 있으니 말이다. 빛바랜 제국의 뒤끝을 보여주려다가 국가 부도만 자초하는 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당사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미사일과 탱크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무엇인가이다. 국가안전은 무기로만 오는 곳이 아님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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