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부지 같은 '달걀 파 멸치 콩' 정경 릴레이

기업과 정치권이 그렇게 한가할 때인가

한국재난안전뉴스 편집인 | 국내에서만 통용되고 있는 재벌총수나 그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을 재벌(財閥)이라고 한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유통 명문가이자 재벌가라 할 수 있다. 그 재벌 3세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이 때 아닌 정치권 그것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주요 인사들사이에서 릴레이 중이다. 릴레이 종목은 달걀, 파, 멸치, 콩 장보기와 식단까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어지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 행위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정치적 풍자를 정치권 그것도 야당 대통령 후보와 측근들이 경쟁적으로 따라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달걀, 파, 멸치, 콩을 줄여 ‘달파멸공’으로 부르기까지 한다. 재벌 3세 따라 하기에 윤석열 후보까지 멸치와 콩 장보기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려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달파멸공’은 현정부인 문재인 정부는 파멸하고 공산주의를 박멸하자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달걀, 파, 멸치, 콩은 우리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이 없으면 식단이 뭔가 허전해 보일 수도 있다. 왜 하필 식단을 '모독'하는 때 아닌 이념과 정치논쟁에 달걀과 파 그리고 멸치와 콩을 등장시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용진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보인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우럭과 랍스터를 예로 들며 마치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듯 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요즘처럼 재벌회장들이 오락프로에 나와 국민과 소통하는 시대에 정 부회장의 글도 자유스런 의사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표현은 다분히 기업가가 맞는지 의구심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멸공, 공산주의를 박멸하자는 뜻은 누가 봐도 극단적이다. 공산주의 종주국 러시아와 중국은 현재 민주주의 종주국 영국과 미국 간에 전면적 협력관계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다. 때아닌 중국 혐오성 발언으로 비칠 수 있는 멸공이 재벌가 부회장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이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에 대한 분풀이로 설마 멸공을 들먹였다면 기업가 정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이야기하는 극지방 알래스카의 동토의 땅에서도 냉장고를 팔았다는 기업가 정신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전체 교역 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적 동반자 관계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시린 관계나 다름없을 정도로 교류는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반도체 없는 중국내 한국기업을 상상할 수 없듯이 중간재 등이 중국에서 공급되지 않으면 현대자동차 등의 라인이 멈춰설 판이다. 이마트나 신세계와 같은 유통으로는 중국내에서 경쟁을 할 수 없을 만큼 중국은 성장했다. 그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전략 부재를 절치부심했어야지 한가하게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양국간 외교적 결례를 부추길만한 언행은 재벌 3세답지 못하다.

 

술자리 사석에서 안주거리에나 오를 멸공 이야기가 어쩌다 대통령을 꿈꾸는 이나 이들 집단들의 식단까지 들먹이는 정경의 작태로 전락했는지 기가 찰뿐이다. 정치권이 대권이라는 이전투구 와중에 재벌 3세가 멸공을 들고 나오자 4류정치라고 조롱받고 있는 정치권이 2류 재벌들의 행태를 따라하고 있는 모양새는 보기에 아주 고약하다.

 

이건희 고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5년 중국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력은 4류, 행정력은 3류, 기업능력은 2류"라고 말하면서 기업규제를 혁파를 정치권에 주문한 적 있다. 그렇다면 4류정치가 기왕 따라하려면 2류 기업능력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정치력과 공약을 선보여야 온당한 일이라고 본다. 겨우 따라하는 게 달걀, 파, 멸치, 콩 시장보기인가. 참으로 안타깝기만하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