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酒 소·맥주마저 물가 고공행진에 합류하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추운 겨울 방을 따뜻하게 하고 시름이 깊을 때 술 한잔으로 잠시 잊고 싶을 때가 있다. 또 노구에도 찾아가야 할 곳을 위해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를 이용하는 요금이 오른다고 난방과 전기 그리고 술을 끊거나, 가지 않을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오른 만큼 내야 한다. 이들 요금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통제·관리하에 있는 소위 공공요금 성격에 속한다. 난방비(가스와 전기), 버스·지하철에 이어 이번에는 국민 대표술이자 서민술인 소주와 맥주 그리고 막걸리 값이 오는 4월부터 대중식당 기준으로 병당 1천원씩 오를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듯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류 가격과 관련한)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세금이 좀 올랐다고 주류 가격을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 업계와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주류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소주와 맥주 값이 지난해에 이어 또 오를 조짐이기 때문이다.

 

그 오르는 배경에는 주세이다. 종량세가 적용돼 매년 주세율이 결정되는 맥주와 막걸리의 경우 주세가 4월부터 맥주가 L당 30.5원, 탁주는 1.5원 인상된다. 제조원가에 72%로 종가세가 적용되는 소주는 세율이 인상되지는 않지만, 원료인 주정값이 지난해 10년 만에 7.8% 인상된 데다 소주병 가격도 20% 이상 올라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여파로 맥주와 막걸리의 4월 가격 인상에 맞춰 소줏값도 올리려 한다면, 조만간 식당의 소줏값은 현재 5,000원에서 6,000원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치솟는 서민물가군에 맥주 막걸리 소주값까지 포함될 기미를 보이자 때아닌 소줏값 인상을 막기 위해 정부 관련 부처가 총동원됐다. 기획재정부는 인상 동향과 기업 수익 상황을 살피고 있고, 국세청은 주류업계와 비공개 간담회까지 가졌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민생분야 담합 행위를 중점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겨울을 나면서 올해 1월 난방비 고지서를 받은 사람치고 혹시 잘못된 고지서가 아닌지 다시 봤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스와 전기요금을 올렸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국민은 정부 발표에 둔감했지만 직접 받는 고지서에서 실감했다. 찔끔 아니고 폭탄이라고 할 만큼 올린 셈이다. 4월로 예정된 버스와 지하철 요금 300~400원 인상안도 30% 규모 인상안에 해당한다. 이미 올린 택시비도 그렇다. 이번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소주와 맥주값 역시 현재 5,000원에서 6,000원 선도 20% 선에 해당한다. 올렸다 하면 수십%씩 올린다.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요금들이다. 올렸다고 끊을 수도 없다.

 

국민은 공공요금의 구체적인 인상 배경을 굳이 알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다만 결과만을 고지서와 식당에서 밥값과 술값을 통해 확인할 뿐이다. 단 1원도 부족하면 버스나 지하철 탑승을 할 수 없다. 또 연체라고 다음 달에 고지서에 명시한다. 요금의 불과 1% 안팎이다. 그런데도 툭하면 몇십%씩 올린다. 정부가 물가정책에 근본적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 주도의 가격 결정구조에서 나온 물가이기 때문이다.

 

오르는 물가를 반영했음인지 대통령실은 내수 진작을 위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를대로 오르고 있는 물가인데 당연한 검토로 보인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김영란법에서 규정된 음식값 한도를 현재 3만원에서 5만원 등으로 올릴 수 있는지 질문이 있었다"라며 내수 진작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영란법 시행령상 한도는 음식물이 3만원, 축의금과 조의금이 5만원, 화환과 조화가 10만원, 선물이 5만원 등이다. 농수산물 선물은 10만원으로 예외를 뒀다.

현행 규정대로 따랐다간 주고도 욕먹는 예가 많다. 음식점과 결혼식 등 축의금을 내야 하는 식당 메뉴판과 행사장에 차려진 음식을 보면 오히려 낸 축의금을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규정대로 음식물 3만원, 축의금과 조의금 5만원을 냈다고 오히려 괘씸죄로 찍힐 수도 있다. 물가가 오르고 또 올랐지만 규정을 지킨 죄다. 뒤늦게 오른 물가를 반영한 김영란법 상한선 폭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건 그나마 현실 인식이라고 본다. 정부가 정한 상한선을 정부가 물가대책  실패로 이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수가 안 살아나는 원인 파악이 먼저이다. 오르면 끊을 수는 없지만 참을 수는 있다. 소비가 줄면 당연히 내수는 식을 수밖에 없다. 물가가 최근 몇년사이 폭등한 결과이다. 대다수 국민에게 참는 길만을 강요하면 온전한 정부라고 할 수 없다. 끊을 수는 없지만 참아야 하는 국민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그 참을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할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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