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있으나마나’법 돼선 안된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누구나 먹고살기 위해 직업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직장에서 하루하루 무사하게 일하는 것을 바란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먼저 덕담으로 상대방의 건강을 기원한다. 그게 모든 사람의 일상적인 바람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선택한 직업과 현장에서 뜻하지 않는 사고로 죽거나 다쳐서 평생을 불편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매년 수백 명씩 늘어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직장내 사고 사망자와 부상자를 막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다. 내일이면 시행된 지 1년이 되지만 오히려 시행 전보다 사망자는 더 늘었다는 통계이다. 수치만 보면 있으나 마나 한 법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법을 둘러싼 노사 간의 입장은 극과 극이다. 법이 제정됐으면 지키라고 있는 게 법이지만 사망자와 부상자가 늘었는데도 처벌 받은 경영자는 손에 꼽을 정도도 아니다.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1년 1월 26일 제정한 후 1년의 유예기간이 지난 2022년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의 목적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ㆍ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과 미만으로 구분되지만, 내년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적용된다. 지난 1년 통계를 보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사망자가 늘었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은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고 하고, 경영자 측에서는 처벌 규정이 모호하고 가혹하다고 아우성친다. 사망자가 증가했는데도 항변하다니 악법은 지킬 수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12월 말까지 숨진 근로자 수는 59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명(6.9%)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568건으로 56건(9%) 감소했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의 사망자 수는 256명으로 8명이나 늘었다. 전년보다 3.2%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5일 '중대재해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대재해법은 법률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달리 범죄혐의 입증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대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법률 개정(보완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처벌만 강조하는 법률체계로는 산재 예방이라는 근본적 목적 달성에 한계가 있다"라며 "산업현장의 안전 역량을 지속적으로 육성·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원법 제정을 정부가 적극 검토·추진할 때”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의 재해는 그 현장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상징적인 증거이다. 불량률 0% 안에는 무사고도 포함된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이 확보되지 못하면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업장에서 현장 관리자나 경영자들이 안전 확보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법 조항을 따지기 전에 함께 일하는 직장에서 공존과 공생해야 한다는 뜻이 없으면 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책임 있는 사람들의 발뺌은 왜 중대재해처벌법이 더 구체적이고 촘촘하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건강하게 함께 살아가자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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