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가 산불 진로?...산간마을 방어벽 쳐라"

불똥 날아다니는데 임도가 무슨 소용?
"임도 확충할 예산이면 산간마을에 방어벽 짓고, 대피 인프라 갖추는 게 훨씬 낫다"
불을 끄겠다가 아니라 '사람을 지키겠다로 전략 바꿔야
"산불 진화 임도 확충?…활주로 있어도 못 끈다" 무용론 대두
소방관들 "바람길 형성돼 확산 가속…들어갔다간 타 죽어"
전문가들 "주민 보호 시설에 투자해야", "진짜 속내는 벌목" 비판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임도가 산불의 불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래서 임도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베테랑 소방관들도 "임도가 바람길이 형성돼 임도 따라 들어갔다가는 타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도 확충할 예산이면 산간마을에 방어벽을 짓고, 대피 인프라를 갖추는 게 훨씬 낫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불을 끄겠다가 아니라 '사람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강우 강원 원주소방서장이 19일 "임도를 활용해서 대형산불을 초기에 막겠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며 "고속도로가 아니라 활주로가 있어도 못 끈다"고 말했다. 이 서장은 "봄철 대형산불은 강풍 탓에 발화지점으로 가면 이미 몇㎞씩 번져 있다"며 "불의 확산 속도가 사람의 이동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불을 따라잡으면서 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강릉소방서 예방안전과장도 "임도 무용론은 겨울철 산불과 봄철 대형산불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했다. 겨울철 산불은 공기가 무겁고 불똥이 수백m까지 날아가는 비화 현상을 발생시키지 않아 임도를 이용할 경우 진화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봄철 산불은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한다는 점에서 임도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불티가 비화하지 않는 겨울철 산불에서는 '공격적'인 진화가 가능해 임도가 도움이 되지만, 인명 대피와 건축물 방어 등 '수비적'인 진화 전략을 써야 하는 봄철 산불에서는 임도가 무용지물이라는 견해다.

 

이 과장은 "경남 산청 산불 진화 현장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처럼 산에 올라가서 진압하다가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봄철 대형산불은 119가 최초 출동하면 이미 산 능선을 넘어 급격히 확대되고 있어 초기진화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는 봄철 대형산불에 초점을 맞춰서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그렇다면 임도 개설보다 제대로 된 진화기술 개발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산불진화 경험이 풍부한 소방관들은 "고속도로나 활주로가 있어도 끌 수 없고, 임도를 따라 산불을 끄러 들어갔다간 타 죽을 수도 있다"며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영남지역 산불과 이전 산불 사례에서 임도 주변이 오히려 더 새카맣게 탄 모습을 제시하며 임도가 바람길이 되어서 불이 더 빨라지는 현상이 일어나 대형산불 위험만 커질 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도 임도가 바람길이 되었다고 말한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산림청이 대안으로 자꾸 '임도를 깔자'고 하는데 언제까지, 얼마나 깔아야 산불을 막는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황 소장은 "낙엽이 타는 가을산불이나 산림이 울창한 여름 산불에서는 임도가 방화선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봄철 대형산불은 완전히 다르다"며 "임도가 바람길이 되어서 불이 더 빨리 번질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도 확충할 예산이면 산간마을에 방어벽을 짓고, 대피 인프라를 갖추는 게 훨씬 낫다"며 "불을 끄겠다가 아니라 '사람을 지키겠다'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화차 진입이 쉬워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2차로 포장도로로 깔면 모르겠지만, 좁은 비포장도로가 많아서 들어갔다간 회차도 못 하고 갇혀서 타죽는다"고 말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도 "임도가 바람길 역할을 한다는 건 의견이 아닌 사실이며,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5년째 산불 현장을 직접 다니는데, 임도 덕분에 산불을 끈 현장은 한 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최 상임대표는 "불이 머리 위에서 번지는데 임도가 무슨 소용이냐"며 "산림청이 2022년 울진 산불에서 금강송 보호 성공 사례를 이야기하는데 실제로는 혼효림 구조와 비 덕분에 진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임도를 깔자는 산림청의 속내는 벌목"이라며 "다른 이유로 임도 확충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니 예산을 따기 쉬운 논리를 대며 임도 타령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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