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용훈 기자 | 중대재해 제로(Zero)를 향한 도전은 선언이 아닌 실행에서 시작된다. 과거 중대사고의 뼈아픈 교훈을 딛고, HD현대중공업은 전사 차원의 안전통합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실질적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해양·전력 등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장 맞춤형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빅데이터 기반 예측관리, 글로벌 ESG 인증 확보, 협력사 교육 확산 등 정교한 다중 안전망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전략적 조율 아래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이상균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의 ‘안전 최우선’ 원칙이 현장 구석구석으로 스며들며 무재해 경영의 표준을 다시 쓰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더욱 안전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HD중공업의 안전경영 활동을 짚어본다.
‘안전 최우선’ 경영체계 구축이 핵심

HD현대중공업은 전 세계를 선도하는 조선·해양 사업자로서, 과거 잇따른 중대사고로 엄중한 위기를 맞았으나 최근 과감한 안전체계 개편을 통해 반전을 이루고 있다. 회사는 2022년 4월 이후 1년 넘게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경영진의 ‘안전 최우선’ 원칙 하에 전사 역량을 쏟은 결과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같은해 3월 안전정책총괄 조직인 안전기획실과 각 사업부의 안전 조직을 통합하여 ‘안전통합경영실’을 신설했고, 대표이사·사업대표·CSO(최고안전책임자)·외부 안전전문가가 분기별로 점검하는 ‘안전경영위원회’, 생산부문장 참여의 ‘안전·생산 심의위원회’도 신설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는 발판·조명·환기 등 안전취약시설을 대상으로 ‘3대 안전시설물 강화 TF’를 운영해 안전 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빅데이터 기반 사고 예측시스템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는 “2021년 중대사고 이후 안전통합경영실을 출범시키고 안전경영위원회를 발족해 안전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며 협력사 안전지원 전담팀까지 가동한 결과, 2022년 4월 이후 울산 조선소 내에서 중대재해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창립 51년 만에 중대재해 제로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성과는 ‘안전 최우선’ 경영을 천명한 회사의 의지가 현장에서 구체화된 결과”라고 평가받고 있다.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인 노진율 대표도 지난해 사장 승진과 함께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CSO에 임명되어 안전문화 확립을 주도하고 있다.
사업장 현장 점검 강화 나선다

HD현대중공업은 안전 체계 강화와 맞물려 현장 안전점검·관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노진율 사장은 이달 들어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HD현대마린엔진·HD현대M&S 등 그룹 조선 계열사 5곳의 조선·해양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며 각 사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살피고 현장 안전시설을 점검했다.
특히 지난 8일 HD현대삼호 조선소, 9일 군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시작으로 앞으로 HD현대마린엔진·HD현대M&S·HD현대미포 등 사업장을 차례로 찾아 폭염 대비 안전조치 등을 집중 확인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장안전 지도활동은 권오갑 HD현대 그룹 회장이 올해 7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안전 최우선 경영”을 강조하며 임원들에게 직접 현장 점검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아울러 회사는 최근 체감온도 33℃ 이상일 때 현장 휴게시간을 두 배로 늘리는 등 근로자 온열질환 예방 조치를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시행했으며, 폭염기에는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휴식시간에 맞춘 폭염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실제 7월 7일에는 울산 본사 야드에서 정부기관과 합동으로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을 알리는 캠페인을 열고, 오후 휴식시간에 근로자들에게 아이스크림과 이온음료를 제공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예년보다 이른 폭염 속에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회사의 최우선 과제”라며 “정부와 협력해 예방중심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 여름철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울산 본사 조선 야드 환경 개선 사업을 지속 추진해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협력사 동반성장·인권·윤리경영이 핵심

HD현대중공업은 협력회사 안전관리에도 주력하면서 상생 기반의 안전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기술교육원에 안전관리 과정을 신설해 협력사 안전관리자를 양성하고, 안전지원 전담팀을 꾸려 협력사를 직접 찾아 안전관리 기술을 전수하는 등의 노력을 벌여왔다. 그룹 차원의 ‘긴급 안전 회의’도 개최해 조선 계열사 CSO들이 모여 안전추진 현황과 우수사례를 공유한 바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는 가운데, 인권·윤리경영 차원에서도 HD현대중공업은 국제 가이드라인(UN 인권선언·기업과 인권 이행지침 등)에 기반한 인권경영 선언과 실천규정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교육으로 노동자 권익 보호에 힘쓰고 있다. 또한 부패방지 및 윤리경영 시스템도 강화해 내부 공정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권오갑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하되, 리더로서 직원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라”면서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제1의 가치”라고 주문했다. 이는 철저한 안전·윤리 경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지원으로 안전경영 강화
HD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지주사)도 조선 계열사의 안전·ESG 경영을 위한 틀을 제시했다. 그룹은 2021년 ‘바다에서 시작하는 깨끗한 미래’라는 ESG 비전을 선포하고, ‘Beyond Blue Forward to Green’ 슬로건 아래 친환경·안전 중심 경영을 강화해 왔다. ESG자문그룹 구성, 인턴십 운영, 계열사 공통 ESG 평가 지표 수립 등으로 그룹 전반의 ESG 문화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또한 그룹의 중간지주회사로서 안전·환경 분야 지표와 평가체계를 마련해 HD현대중공업 등 계열사의 안전경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지주사와 계열사가 협력해 안전관리체계를 공유·강화함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 예방은 물론 ‘모두가 안전한 작업장’이라는 목표 달성에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이상균 대표와 정기선 수석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의 의지도 뚜렷하다. 정 수석부회장은 대표 취임 후 회사 체질 개선과 미래 기술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안전·안보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 이슈를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해 CES2024 기조연설에서 “안전과 안보, 공급망·기후변화 등 인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첨단 기술로 건설산업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오너·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안전경영 실천을 이끌고 있다”면서 “회사는 앞으로도 ESG 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와 인프라를 확대하고 전 직원 참여형 안전활동을 강화해 안전문화 정착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의 뼈아픈 중대사고를 교훈 삼아, 각종 제도·기술·교육 투자를 통해 안전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 왔다.
지주사와의 협업 아래 강화된 ESG·안전체계를 토대로, 종합적 관점에서 전사적 안전경영이 안착되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에도 근로자 생명 보호를 위한 예방 중심 활동과 윤리·인권 경영이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질 전망이다. 회사는 올 상반기 조선·해양 계열사 5곳 사업장을 방문해 안전설비와 작업환경을 집중 점검하며 전사적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다.
지난 7월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야드에서 열린 폭염 예방 캠페인 장면. 정부·공공기관과 합동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오후 휴식시간 근로자에게 식음료를 제공하며 ‘폭염안전 5대 수칙’을 안내하고, 안전문화 정착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HD현대중공업은 단순한 안전관리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안전문화 정착에 집중하고 있다. AI 예측 시스템, 통합관제센터, 협력사 안전지원 등 기술·교육·현장 중심의 입체적 전략은 그간의 사고와 한계를 극복한 결과다.
HD한국조선해양의 컨트롤타워 기능과 글로벌 ESG 흐름에 발맞춘 행보 또한 ‘안전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오너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현장 중심 리더십이 조선 산업을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 안전혁신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