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편집인 | 우리에게는 저승사자와도 같았던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있다. 이중 '피치'라는 신용평가회사가 정례적인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등급인 ‘AA-(안정적)'으로 발표하면서도 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와 대선 공약에 따른 재정지출 우려를 지적했다. 'AA-'는 피치 등급 최고등급인 AAA 1단계로부터 같은 그룹인 4단계에 속한다. 이번 신용등급 고려요인중 이전과 다른 대선공약과 인구변화에 따른 고령화가 재정부담 요인이라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이들의 지적은 재정뿐만이 아니라 각국이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고, 그 중 특히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변수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치욕스런 구제금융을 받는데 앞장선 무디스, 스탠더드 앤 푸어스, 피치가 바로 그 국제신용평가사들이었다. 1997년 하반기에 한국이 단기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처하자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차례에 걸쳐 4단계나 추락(A1→Baa2)시켜 구제금융 단초를 제공했고, 구제금융 이후에도 추가로 두 단계 추락(Baa2→Ba1)시켰다. Ba1은 투자 부적격 단계라 국가는 물론 국내 대기업도 해외 자금조달의 길이 막힐 수밖에 없는 치욕의 시대였다. 이들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각국의 신용등급 뿐만아니라 기업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서 평가를 하고 공개한다. 평가에 따라 국가와 기업들은 대내외 재무건전성을 인정받기도 하지만 1997년처럼 하루 아침에 신용불량자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채무상환능력에 대외적 요소로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경상수지 등과 대내적인 요소들로 재정의 안정성, 구조 조정, 정치적 안정성 등을 본다.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들 3대 신용평가사들의 보고서와 신용평가 사항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피치가 한국의 재정 여력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국가채무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국가채무비율의 지속적인 상승 전망은 중기적 관점에서 신용등급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 "고령화에 따른 장기 지출 소요가 있는 상황에서 중기적으로 신용등급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피치가 본 항목 중에는 수출추이, 코로나 19속 경제 회복 성과, 북한 관련 지정학적 긴장, 정치 안정, 정부 효율, 부정부패 통제 수준, 규제의 질, 언론의 자유, 법치 분야,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도전 요인 등을 반영했다고 한다. 한국에 대해 볼 것은 다 보고 평가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 특이한 점은 대선을 앞둔 대권후보들의 재정관련 공약과 한국의 인구변화에 따른 고령화로 재정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3대 신용평가사중 하나인 피치가 새해 들어 처음 평가했으니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 푸어스 역시 조만간 평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피치의 평가항목이 각국의 정치지형에 따라 얼마든지 가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대권후보들의 거침없는 공약들도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후보의 100만원 청년(19~29세) 기본소득이나 120만원 장년(60~65세) 기본소득과 윤석열 후보의 근로소득세 공제액 인상과 부양가족 연령 상향조정 등 비과세 공약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겐 저승사자 같았던 국제신용평가기관이라는 점에서 향후 5년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지도자들의 말들은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밤의 말은 쥐가 듣고 낮의 말은 새가 듣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지키지도 못할 말들은 가려서 하는 게 국가신용을 지키는 길임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