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요국 긴박한 경제협정시대...우리길 잃지 말아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리나라와 경제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각국이 한 달 사이에 긴박한 공급망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열린 서방 선진 7개국(G7)부터 지난 25일과 26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에서 각국은 서로 자국에 유리한 공급망 확보에 치열한 경제 외교전을 벌였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도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서로 내 편에 서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지켜봐야 할 점이 있다. 내편 네편이 아닌 우리 편이라는 태도를 점을 상대국에 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유럽, 중국과 일본은 겉으로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이지만 이면에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만 외통수 길을 가는 바보처럼 비친다. 유럽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과 함께하면서도 중국과도 정상 간 방문을 통해 관계 단절이 아닌 위험 제거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일본도 북한과 정상 간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도 이에 호응하듯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화답했다. 북한은 한 발 더 나가 정찰위성 발사를 앞두고 국제해사기구와 일본에 발사체 낙하와 관련한 사전 통보를 했다는 보도이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볼 때 우리만 고립과 포위된 형국이다.

 

미중 관계는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마치 샴쌍둥이처럼 경제적으로 고정밀 밀착 관계라는 분석이다. 우리로 따지면 수출입 주무 부처인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미국의 대중 수출은 2% 줄어든 반면 한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7.7%나 줄었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대중 수입을 합친 전체 무역량을 보면, 지난해 양국 간 무역은 역대 최고치인 7594억달러(약 1008조5천억원)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폭은 4042억달러였다. 중국 없이는 미국이 견딜 수 없는 지경이다. 장하준 런던대 교수는 이를 두고 “지금 미-중 경제는 거의 샴쌍둥이처럼 연결돼 있다”며 “중국은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이고, 미국은 중국에서 싼값에 소비재를 수입해왔다”고 미·중 밀착 관계를 풀이했다.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뜻이다. 우리만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직간접인 무언의 압력과 협공에 놓인 꼴이다. 대중 수출이 급감한 데 따른 무역적자가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력에 이러지도 저러지 못한 채 중국마저 선택의 기로를 요구하고 있다.

 

G7 국가들마저 중국과 관계 단절이 아닌 공급망 위험 완화를 하자는 판에 미국과 일본 아니면 비빌 언덕이 없는 듯한 경제외교가 아슬아슬해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1월 집권 이후 인류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변곡점’ 위에 있다고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해왔지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입장과 다른 반응을 최근 보인다는 소식이다. 대중 관계는 ‘디커플링’(관계 단절)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완화)을 해야 한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안보 ‘책사’인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7일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과 다양화를 추구한다”며 “우리는 (중국과) 무역을 차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리스킹의 주요 대상으로 반도체와 배터리를 언급했다. 바로 반도체와 배터리는 우리의 비밀병기나 다름없다.

 

문제는 기술과 공장이 아니라 원재료이다. 메모리칩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등 기술과 공장은 어떤 나라 못지않지만 이를 생산하는 원재료 상당 부분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중국으로부터 60% 이상 의존하고 있다. 원재료가 없다면 기술도 생산도 시장도 모두 없다. 그런 중국을 외면할 수 없다. 아니 현 국가 간 맺은 경제무역에 관한 협정은 외면하지 말자고 맺은 협정이다. 중국 중심의 역내 포괄적 동반자협정(RCEP)이나,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일본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그리고 국가 간 맺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그렇다. 경제외교 당국은 주권국답게 당당하게 상호호혜원칙에 따라 어느 국가와도 차별 없이 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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