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과 스위스발 대형은행 파산여파 대책 세워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코로나19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가 때아닌 금융가에 파산과 합병이라는 지진 여파로 쓰나미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데 이어 이번엔 167년 전통의 크레디스위스(CS)가 스위스 중앙은행의 중재로 유비에스(UBS) 은행에 강제 합병됐다. CS는 세계 금융가의 철옹성처럼 근현대사의 전쟁과 금융위기에도 버텨낸 유서 깊은 은행이었지만 한순간에 무너졌다. SVB와 CS 모두 투자 오판에 따른 투자 실패 소식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SVB는 36시간 만에 55조 원이나 인출사태가 벌어져 결국 파산했고 CS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나서서 사실상 UBS에 강제 합병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문제는 미국과 스위스의 상징적인 대형 은행들의 파산과 합병이 남의 나라 소식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두 은행의 지분과 채권에 투자한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국내 연금과 투자기관들도 비슷한 투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미국발 주도의 금리 인상이 이번 세계 금융가에 불안한 여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붕괴로 물가가 폭등하자 물가를 잡는다고 금리를 예상치보다 높게 고공행진을 이어간 게 화근이었다. 소위 한꺼번에 0.75%씩 거침없이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안전하다는 곳에 투자했지만, 금리가 폭등하면서 국채값은 폭락했고 그로 인한 대규모 투자 손실 소식이 SVB 고객들에게 예금 인출사태를 촉발했다. 미국발 은행 파산 불똥이 결국 스위스 금융 명문가였던 CS까지 번져 사라졌다. 마치 1897년 설립된 조흥은행이 지난 2005년 109년 만에 신생 신한은행에 치욕적인 강제 인수된 꼴이다. CS는 지난 1997년 외환이기 전 조흥은행에 외화 공급 창구기능을 했던 국가는 망해도 CS는 영원하다 할 만큼 금융가에서는 국가보다 우선했던 은행이었다.

 

이처럼 믿었던 대형 은행들이 맥없이 쓰러지자 미국 중앙은행을 포함한 주요 각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지만, 예금자들과 투자자들의 좌불안석을 잠재울 수 없는 상황이다. SVB 파산 여파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짧은 기간에 주식과 채권을 매각한 2조5천억 원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과 KIC가 지난해 110조 원 규모의 투자 실패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연이은 대형 은행들의 악재는 자금 변동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진은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주요 대형은행에 이어 중소은행들의 파산 여부에 촉각이 곤두섰는지 22일(현지시간) 애초 예상과는 달리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베이비 스텝) 인상한 연 4.75~5.00%로 올렸다. 금리를 올려도 물가 오름세가 꺾일 줄 몰라 빅 스텝(0.5% 포인트)가 예상됐지만 SVB 파산이 오히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를 올리면서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 됐다. 이는 40년만에 물가가 최고치로 치솟자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였지만 그 여파는 물가보다 은행 파산과 합병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난 셈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스위스 그리고 한국의 국민연금과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KIC까지 투자 실패라는 금융 지진의 진앙지 였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23일 미국 따라 지난 1년 5개월간 주야장천 올린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차는 더 벌어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금리차를 좁혀야 해서 더 올릴 소지를 안고 있다. 공급망이 해소되지 않는 한 물가 불안은 불가피하고 이를 잡겠다고 금리 인상의 고삐는 늦출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도 경험한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지급 보증한 2,05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지급보증을 못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자칫 대형 금융 참사를 자처할 뻔했다. SVB, CS, 레고랜드는 각각 그 파산과 합병 성격이 다르지만 결국 시원은 공급망 불안에 따른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미국발 금리 인상 여진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불씨는 재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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