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낙연 前총리의 '한반도 평화의 길' 잘 새겨봐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에 연구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그간의 연구 구상을 공개했다. 압축하자면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를 전략적 경쟁의 장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과 북미 수교를 주문했다. 맞다고 본다. 미·중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평화 조성을 위해 맏형의 지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큰형의 역할은 동생들에게 주먹으로 권위를 앞세우는 것 보다 지적 영감을 전수해서 마음을 얻는 것이 형제애를 고취하는 것이었다. 그게 가화만사성이었고 수신이었으며 이를 통해 치국평천하를 할 수 있었다고 역사는 누누이 일갈했다.

 

근현대사에서 미국은 한국, 베트남, 아프카니스탄, 중동 등에 갈등의 불씨 역할을 해왔다. 제국의 관용과 포용은 온데간데없는 때론 힘의 횡포로 비쳤다.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삿대질에 한국을 앞세워 수시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그 대가는 북한의 증폭된 군사력 과시이다. 이낙연 총리 지적처럼 미국은 한반도를 전략적 경쟁의 장으로 삼고 있다. 한미동맹처럼 북·중 동맹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붕괴하면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순망치한이 될 수 있어서 한미 위협에 결코 한미 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증폭된 군사적 대결의 결과는 한반도만의 희생양이라는 답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가 답이라는 건 중국이 구상하는 일대일로의 전략과도 맞닿는다. 미래 제국을 꿈꾸는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통해 꿈꿀 수 있다. 남북 육로와 철도 그리고 해로를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북미 간 수교를 통해 중국과 보이지 않는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남북 분단과 전쟁을 했고 그 배후에는 미·중·러가 있었다. 전쟁 이후에도 우리는 빠진 체 북미 중간의 휴전협정을 맺은 체 올해로 70년째다. 그런데도 틈만 나면 신무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중 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반도는 냉전과 평화라는 바람이 바뀌곤 했다. 그 바람에 한반도는 도발이라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이를 지적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 연수 중에 미국을 향해 대결 구도로 한반도를 바라보지 말라는 조언이다. 평화를 도모하면 서로 도움이 될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총리는 이번 강연에서 "한반도는 7천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사는 곳"이라며 "한반도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큰 나라들의 도리이지 다른 목적을 위한 최전선으로 만들어서 긴장을 고조하는 것은 큰 나라들이 할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평화를 조성하면 득이 크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는 미국 역대 행정부가 과거에는 적대시했던 독일, 일본과 협력해 소련을 견제하고 베트남, 쿠바와도 수교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지금이라도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면 미·중 경쟁에서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에 평화 전략을 주문했다. 맞다고 본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에 대해 "협상에는 '채찍'과 함께 '당근'도 필요하다"라며 "뿌리 깊은 상호불신을 극복하고 협상을 성공시키려면 북한과 미국이 점진적, 동시적, 상호적 방식으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향해 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북미 외교관계 수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는 “북한은 미국,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했으나 한국의 견제와 미국의 무시로 실패했고 한미는 북한을 냉전 사고로 대하는 과정에서 북한 핵 위기가 나왔다”라면서 한미 간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 전 총리의 이번 강연은 한반도 상공에 탄도탄 미사일과 공중 핵 폭격기 뉴스 홍수 속에 모처럼 평화 해법을 주문한 것이어서 정치인은 위기 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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