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5세 연금과 지하철 무임승자...짐이라면 묘법을 찾아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65세 이상부터 받는 연금과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개선해보자는 논의가 때를 만난 듯하다. 받는 쪽은 뭔 뜬금없는 소리냐 하고 아직 받아야 할 이전 세대들은 우리는 받기도 전에 못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재원 고갈 우려와 적자가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65세 기준이 우리 사회 짐으로 부상하는 듯 하다. 국민연금은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2055년에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추정이고, 지하철 적자의 40% 이상이 65세 무임승차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사회 노인 기준이 바로 연금 수령 시기인 65세와 맞물려 지하철도 65세면 무임 승차할 수 있게 했다. 소위 지공(지하철 공짜) 도사로 불렀다. 돈을 내지 않고도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하고 있으니 도사급이라는 우스게소리로 붙여진 별칭이었다.

 

연금 수령과 지공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 미만이었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은 18%를 넘고 있다. 문제는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다. 연금과 지공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할 때 고갈과 적자 폭이 앞당겨지고 깊어질 수 있다는 공론만 넘쳐나지만, 대책다운 답안은 내지 못하고 있다.

 

연금 수령과 대중교통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프랑스 정부와 독일 등도 묘안을 찾는 과정에서 거센 반발과 함께 호응도 교차하고 있다. 프랑스는 연금 수령 시기를 조정하는 연금 개혁을 시도하고 있지만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2년 늘려 연금수령 시작시점을 늦추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연금을 100% 받으려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연금 개혁법안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50여 개 지역에서 수백만 명이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이달에도 계속해서 3차, 4차 반대 시위가 열릴 것이라는 보도이다. 이와는 달리 독일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시험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한 달에 9유로(1만2000원 규모)만 내면 전철, 버스, 트램 등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무제한’ 이용하는 대중교통 카드가 호응을 얻자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독일 연방 하원에서 ‘9유로 승차권’ 법안을 통과시켜 실시한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이 성공을 거두자 올해부터는 한 달에 47유로(7만원 규모) 승차권을 사면 고속철도 등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독일 전역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대중교통 정책의 일대 변혁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월 9유로 승차권의 경우 베를린 지역의 가장 싼 전철 월 정액권이 63유로 약 8만5천원이라는 점에서 7분의 1 가격이라 할 만큼 파격적인 대중교통 촉진 정책이다. 지난해 독일 정부가 이 정책을 내놓자 총 5,200만 장의 표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결과는 △ 물가상승률 0.7% 감소 △ 대중교통 이용 25% 증가 △ 이산화탄소 180만 톤 저감 및 대기오염 6% 감소 △ 교통혼잡 개선 △ 저렴한 요금으로 소득보존 등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기존 독일 내부의 복잡한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단순화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는 보도이다. 물론 운수회사들의 손실 보전을 재정에서 투입했지만, 성과가 기대 이상 커 이를 확대한 것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연금과 대중교통 적자 문제를 각국이 대처하는 방식이다. 국가마다 독특한 제도를 갖고 추진하기 때문에 어느 답이 정답인지 단정키 어렵지만 각자 답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4월쯤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300~400원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데 이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65세 이상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근본적 해결 방법을 논의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은 적자 때문인데 무임승차가 적자가 41%를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에 근거한 무임승차를 듣기에 따라서는 거북스럽게 들릴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무임승차 제도를 도입한 40여 년 전의 제도를 유지하면서 그 탓이라며 요금을 틈만 나면 올리려는 빌미로 삼고 있다. 300~400원 요금인상안은 현행 지하철과 버스 요금의 30% 수준을 넘는다. 폭등이나 다름없다. 그러고도 적자를 해소할 수 없는 구조이다.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지난 1984년 처음 도입했다. 당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5.9%였지만 지난해 말 18%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오는 2040년에는 35%로 인구 3명당 1명이 65세 이상이다. 적자가 지금보다 매년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독일식 단일화와 표준화를 연금과 대중교통 정책에도 참고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보는 영화나 음식점들도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조조 시간대 할인부터 시간대별 가격 결정요인을 달리한다. 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넛지라는 해법은 발생의 전환에서 큰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