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관리자 기자 |
2022년 1월 27일, 대한민국 산업사에 획을 긋는 거대한 실험이 시작되었다. ‘사람의 생명이 경영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명제를 법전에 새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날이다. 노동계는 산업화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며 환호했지만, 경영계는 세계 어디에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영책임자 직접 처벌’이라는 조항 앞에 공포를 느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이 법이 가져온 빛과 그림자를 5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안전 난간을 설치하지 않아서 떨어지고, 기계를 정지하지 않고 수리하다 끼이고, 지게차의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아 부딪힌다. 그런 원시적 사고로 근로자들이 사망한다.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망 사고의 과반수는 ‘추락’, ‘끼임’, ‘부딪힘’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와 배터리를 만드는 국가다. 그런데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이유는 허망할 정도로 이렇게 단순하다. 2026년 인공지능 시대에 사고는 1970년대식이다.
법은 거창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말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안전모 턱끈 조이기’조차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괴리가 존재한다. 강력한 법적 처벌이 현장의 디테일한 안전 수칙 준수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성남시에서 아파트건설현장 책임자로 일하는 채모(45)씨의 진단은 이렇다.
‘원시적 사고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고질적인 ‘속도 지상주의’에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하루만 공기가 늦어져도 막대한 지체상금과 이자 비용이 발생합니다. 제조업에서는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거래처가 끊깁니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안전 수칙 준수는 ‘사치’나 ‘방해물’로 인식될 뿐이죠.“
중대재해법은 결과에 대한 처벌에 집중하고 있는데 정작 사고를 초래하는 ‘불합리한 공기’와 ‘저가 수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가 느슨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의 핵심 장치는 ‘위험성 평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근로자들이 직접 참여해 자기 주변의 위험 요소를 발굴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안전관리자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전년도 보고서를 복사하거나 외부 업체에 통째로 맡겨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고가 난 사업장의 위험성 평가서가 매년 우수 판정을 받았던 사례들은 이 제도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영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중대재해법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모호성’이다. 법령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이라는 표현,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라는 기준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기업들은 혼란스럽다.
어느 수준까지 조치를 취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과도한 행정력을 낭비하게 되는 일이 많다.
매달 실시해야 하는 안전 교육 역시 형식적인 서명 받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근로자들은 작업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에, 관리자는 바쁜 작업 일정 탓에 교육을 대충 넘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한 현장에서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안은 ‘현장 중심의 실질적 안전 체계 구축’에 있다.
이제는 하향식 규제(Top-down)에서 상향식 문화(Bottom-up)로 전환해야 한다. 위로부터의 규제보다 아래로부터의 안전 문화를 키워야 한다. 근로자가 위험을 느끼면 즉각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행사한 근로자나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기업은 엄중 처벌해야 한다.
또 안전 수칙을 어기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관리를 철저히 하고, 준수하는 근로자에게는 실질적인 보상을 주는 제도 등도 활성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