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극적으로 휴전이 성립되었지만 '불안한 휴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이는 이스라엘이 휴전 타결 이후에도 폭격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이후 헤즈블라 전사자가 4000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AFP, 로이터, AP 등 외신에 따르면,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분쟁 발발 이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전사자가 최대 4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 현지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 작전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단체(헤즈볼라)가 최대 4000명을 잃었을 수 있다"며 "이는 2006년 이스라엘과 한 달간 전쟁에서 사망한 인원의 10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대다수는 이스라엘이 (지상전) 공세를 강화한 지난 9월 이후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보건부는 작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지난 26일까지 레바논에서 이어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3961명이 숨지고 1만652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사상자 집계에서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기간 약 3000명의 헤즈볼라 대원을 사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헤즈볼라와 교전과 관련,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전날 성명에서 "작년 10월 분쟁이 시작된 이래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목표물 1만2500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지 하레츠가 보도했다.
그는 "이를 통해 우리는 헤즈볼라의 발사 능력을 저하하고 전략 자산을 공격하고 지도부를 제거하고, 지휘통제망을 훼손했다"며 "헤즈볼라의 무인 항공기도 비축량의 약 70%를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휴전 협정이 발효되기 직전까지 몇 시간 동안 시리아 국경 근처의 헤즈볼라 미사일 생산기지를 포함해 레바논 전역에서 약 180개의 표적을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휴전 이틀째 헤즈볼라 시설을 첫 공습해 "합의 위반"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불안한 휴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임시 휴전 이틀째인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시설을 공습했다. 휴전 합의 이후 첫 공습으로, 양측이 서로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AP, AFP 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의 중거리 로켓 보관 시설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부터 휴전이 발효된 이후 이뤄진 첫 공습이다.
레바논 당국은 또 이스라엘군의 산발적 공격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던 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언론은 부상자가 민간인이라고 언급했다. 레바논군은 이스라엘이 여전히 다양한 무기로 공격을 가하고 전투기와 드론을 동원해 공중 감시도 지속하고 있다며 휴전협정을 여러 차례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레바논군은 또 "관계 당국과 협의해 여러 위반 사항에 대한 후속 조처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헤즈볼라 소속 레바논 의회 의원인 하산 파드랄라도 이스라엘이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그는 언론에 "이스라엘이 국경 마을로 돌아가는 레바논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헤즈볼라의 대응에 대해서는 "헤즈볼라는 자위권이 있다"면서도 "성급히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책임을 돌렸다.이스라엘군은 휴전협정 조건을 위반한 몇 가지 의심스러운 활동을 확인했다는 성명을 냈다.레바논 측이 민간인이라고 한 부상자에 대해서도 '휴전협정을 위반한 용의자'라고 주장했다.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합의에서 벗어난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총성으로 답할 것"이라고 휴전 협정을 위반하면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휴전의 틀을 깨면 강력한 전투로 대응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외신은 산발적 공격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휴전 합의의 취약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휴전 합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물러나며 상호 군사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양측은 또 리타니강 이남 완충지대에 레바논군과 평화유지군만 주둔할 수 있도록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01호를 준수해야 한다. 외신은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 감시 드론의 비행 소리가 여전히 들리고 있으며 총성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첫날에 이어 이날도 리타니강 남쪽에 대해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통행을 금지했다.
28일 현재(현시시간) 피난길에 올랐던 레바논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북부 국경지대 주민들에게 아직 귀환 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는 전날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처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철수하는 과정을 "방아쇠에 손을 얹고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발효 전날인 지난 26일 이 일대를 맹렬하게 타격했다. 전쟁 초반에는 헤즈볼라 주요 인사나 시설을 노린 정밀 타격 위주였지만, 이번에는 수시간 전 발령되곤 했던 민간인 대피 경보도 없었을 정도로 무차별적이었다고 한다.
헤즈볼라 근거지에서 소방 활동을 벌이는 타레크씨는 "시체를 수도 없이 봤다"며 "폭격당한 지역은 이스라엘군 드론이 계속 날아다니는 탓에 당장 접근할 수 없을 때가 많은데, 며칠 뒤에 찾아가면 지독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옆에 앉은 동료 무함마드씨와 함께 작년 2월 튀르키예의 지진 피해지역에 파견돼 구조활동을 했다고 소개했다.
타레크씨는 "소방관들은 어디서든 보호받고 환영받으면서 일하지만 지금 레바논 상황은 전혀 다르다"며 "이스라엘군은 소방관이든, 의료진이든, 언론인이든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고 말했다. 전쟁 기간 중 레바논 소방·구조대원 200여명이 죽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