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선로 깔린 성토사면 잘라내며 안전은 '뒷전'?

지나는 열차의 초근접 지점서 공사 중 안전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
시공사, 설계 없는 가시설…뒤늦게 보강하고 "문제없다"
열차 선로 성토사면 잘라내고 '땜빵' 조처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고속철도 선로 공사에 안전공사가 중요하다. 2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남 나주시 고막원역 인근 호남고속철도 2단계 공사 과정에서 시공사는 현재 호남선 열차가 지나다니는 임시 선로의 성토사면을 열차 진행 방향으로 6m가량 잘라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열차가 운행 중인 호남선 임시 선로의 성토사면을 안전성 검토없이 잘라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성토사면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뒤늦게 보강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공사는 "(처음부터)기울어지도록 시공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임시 선로의 교량(가교)을 안전하게 받쳐주기 위해 쌓아둔 흙더미가 신설 공사 지점과 겹쳐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잘려 나간 흙더미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 조치가 필수적이었지만 설계에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절개된 성토사면은 그 자체로도 무너지려는 성질이 있는 것으로 토목관계자는 보고 있다.

 

그런데 그 위를 고속으로 지나는 열차와 초근접 지점에서 이뤄진 또 다른 터파기 공사 등의 영향으로 붕괴 압력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토목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안전 조치가 누락된 설계로 시공이 됐다면 흙더미가 붕괴해 작업자들의 안전은 물론 선로 변형이나 열차 이탈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공사 측은 성토사면 절개지가 무너지지 않도록 흙막이 가시설(보강 가시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시공사는 "설계에 없는 안전조치를 선제적으로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 땜빵식 조처에 불과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성토사면이 무너지는 압력이 얼마나 큰지, 그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적절한 조처는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고 시공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토목구조 관련 전문가는 "처음부터 구조(안전) 검토를 했다면 이런 형태의 가시설을 시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가시설을 세우면서 구조 검토가 필요 없었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안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이 흙막이 가시설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기울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토목관계자는 지적하고 있다. 뒤늦게 가시설을 받쳐주는 버팀보(지지대)를 2차례에 걸쳐 설치하고, 기울어짐 정도를 측정하는 계측을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

 

흙막이 가시설에는 계측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현재로서는 가시설이 얼마나 기울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국가철도공단은 "(처음부터)기울어지게 시공했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어쨌든 고속으로 지나는 열차의 초근접 지점에서 공사 중 안전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무엇보다 안전공사 장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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