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접점 찾기 힘드나...수능 끝났는데 의협 "의대 모집 멈추라"

수시 전형 합격자 발표 3주 앞둔 시점..."정부가 의대 모집 중단하지 않는 한 대화할 수 없다"
의협 비대위, 1차 회의 브리핑서 "2025년 의대 모집 중지 촉구"
정부 "수능이 마무리된 만큼 내년도 의대 모집 중단하기란 어렵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의정 갈등, 접점 찾기가 이렇게도 어려운가. 이런 가운데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정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이상 내년도 의대 모집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02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상황에서도 의료계가 여전히 내년도 의대 모집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으면서 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수능이 마무리된 만큼 내년도 의대 모집을 중단하기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해결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가능하다고 주장해 양측의 접점을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2일 비대위 첫 브리핑을 통해 정부에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지'를 촉구했다. 지난 14일 수능이 마무리된 지 일주일이 흘렀고, 내달 13일까지 진행되는 수시 전형 합격자 발표를 3주가량 앞둔 시점인데도 정부가 의대 모집을 중단하지 않는 한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앞서 강경파로 꼽혀온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이 지난 10일 탄핵당한 후 의정 갈등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후 출범한 비대위도 전공의, 의대생들과 함께 더 강경한 대오를 구축한 모양새다.

 

의협 비대위는 대학 입시가 시작된 것과 관계없이 내년도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모집 중단'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당장 배출될 수시 합격자를 취소하라는 거냐고 지적하지만, 의대 교육의 질 저하는 결국 환자 피해로 이어지므로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논리다.

 

박 위원장은 "신입생 모집 중단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혼란도 고려해야 하는 건 맞지만, 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이미 입학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들이 배출돼 평생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세종대와 일본 도쿄대 등이 과거 교육 여건을 이유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사례를 내세우고 있다. 앞서 세종대는 1990년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져 대규모 유급 사태가 벌어졌고, 이듬해 신입생 모집 인원을 1200여명에서 200여명으로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도쿄대 역시 1968년 학내 소요로 1969년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은 적이 있다.

 

박 위원장은 "세종대 사태 당시에는 교육부가 입학한 학생들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집을 정지시켰다"며 교육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의협 비대위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모집을 중단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던 터라 협상의 여지를 찾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정부는 대학이 사전 공표한 전형계획·모집요강과 달리 전형을 운영하면 학생·학부모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대학 역시 법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년도 입시는 그대로 진행하고 2026년도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물러서지 않은 채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모집을 중단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던 터라 협상의 여지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의협 비대위는 "대학 입시가 시작된 것과 관계없이 내년도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모집 중단'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존심과 기득권 싸움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한 수 지고 들어가는 것이 보다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양 당사자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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