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처벌법 한 달...안전강조에도 49명 안타깝게 목숨 잃었다

산업현장 곳곳 안전사고 예외 없어
예방 가능 부분 반드시 있는 만큼 대책마련 절실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첫 시행된 지 약 한 달만에 49명의 노동자가 아깝게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2000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숨지는 산재공화국인 우리나라가 어떻게든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귀중한 생명을 우선적으로 구하자고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것을 무색하게 할만한 사망자 수치다. 


6일 고용노동부(장관 안경덕)와 산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은 사실 설날이 끼고, 쉬는 시간이 많은데다 산업현장 비수기라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모두들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이같이 많은 생명을 잃었다. 

 

사망 사고는 공사현자에서의 낙하, 화재폭발, 끼임, 깔림, 무너짐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후진국형 참사다. 

 

희생자 중 상당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닌 산업장에서 목숨을 많이 잃었다. 그래서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는다. 평소에도 기업주 편에 서서 노동 현장을 등한시한 언론이지만, 최소한 월별 누계는 내놓고 경각심을 주어야 하는데, 영세기업의 죽음은 보도도 안된다. 

 

노동건강연대는 매달 최소한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의 죽음만이라도 한데 모아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매건 보도하기 귀찮고 어려우면 기왕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각 기업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도 매달 희생자 누계를 보도해야 한다. 아무리 돈없고, 언론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언론이란 기본적으로 공공재이니만큼 계몽적 차원에서도 보도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부터 2월 26일까지 사망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를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한 통계를 내놓았다. 자료에 따르면 한 달 간 3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4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해보다 사망사고는 17건, 사망자 수는 10명이 줄어들었다. 노동부는 법이 시행된 이후 특히 건설업 사망사고와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기업 입장을 옹호하는 일부 언론은 제조업 노동자 사망자 수가 오히려 늘었다는 걸 강조하며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펼치고 있다. 법에 허점이 많아, '산재사망 감소'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없다는 논지다.  

 

그러나 노동자가 사망하는 양상을 들여다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후에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사망한 노동자 49명을 살펴보면 2월 2일 충북 음성 제조업 공장에서 재료 혼합기에 땅콩 피를 투입하는 작업 중이던 노동자 A씨가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이 아래와 같이 잇따랐다. 

▲2월 4일에는 대구에서 도로공사 현장에서 수로 설치작업을 마친 뒤 잔여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후진하는 덤프트럭 바퀴에 깔려서 사망헸다. 2월 6일에는 전남 광양 제조업 공장에서 고소작업대를 이용하여 용접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7m 아래로 떨어져 사망. 
▲2월 8일에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요진건설산업이 시공하는 판교2테크노밸리 신축건물 공사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 중 케이지가 원인 미상의 이유로 약 18m아래 지하5층으로 떨어지면서 노동자 A(58)씨와 B(44)씨가 추락하여 사망.

▲2월 11일엔 전남 담양 한솔페이퍼텍 사업장 내 하역작업 현장에서 차량에 실려있는 고형연료 하차 중 차량이 기울어지면서 노동자 A(66)씨가 깔려 사망

▲2월 16일엔 꼉북 성주 제조현장에서 차량형 고소작업대에 탑승하여 공장 외벽 판넬 설치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떨어져 사망.

▲2월 17일 충남 부여 장암면 지토리의 한 양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지붕 위에서 보수 용접 작업을 하던 노동자 A(60)씨가 떨어져 사망.

▲2월 19일엔 경남 고성 삼강에스앤씨 조선소 선박 수리 현장에서 선박 내 컨테이너 홀더 안전난간 수리 작업을 위해 작업용 가스호스를 운반하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A(55)씨가 10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2월 20일엔 경북 의성 단촌면 야산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노동자 A(60대)씨가 벌목 나무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2월 21일 강원 원주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동 사이 계단을 이동하던 노동자 A씨가 발을 헛디뎌 2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

▲2월 22일 경기 여주 클럽하우스 내부 판넬 설치현장에서 사다리 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A씨가 3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

▲2월 23일 제주시 제주대학교 기숙사 철거공사현장에서 굴삭기로 철거 작업을 하던 중 콘크리트 구조체가 무너지면서 노동자 A(50대)씨가 깔려서 사망.

▲2월 23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 내 CBI(옛 청보산업)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A(26)씨가 기계에 목 부위가 끼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주일만인 23일 사망. 

▲2월 24일 충북 보은 플라스틱 기계 제조업체에서 고장난 기계를 수리한 뒤 원래대로 조립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70대)씨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 발생.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 만에 사망.

▲2월 25일 강원 홍천벌목 현장에서 벌목한 나무가 수구 반대 방향으로 넘어가면서 노동자 A씨가 머리를 맞고 사망.

▲2월 25일 울산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 공장에서 산소절단기를 가동한 상태에서 토치를 드럼 위에 올려놓았다가 드럼 용기가 폭발하며 노동자 A씨가 뚜껑에 머리를 맞아 사망.

▲2월 26일 강원 춘천 건물 신축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절단 작업 중 절단된 콘크리트가 이동식 비계를 가격하여 상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A씨가 1.8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

▲2월 28일 경기 여주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전기 설비 설치 확인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후진하는 고소작업대에 깔려서 사망.

▲2월 28일 울산 제조업 공장 내에서 레미콘 차량이 출차하던 중 다른 레미콘 차량에 올라타려던 노동자 A씨가 차량 사이에 끼여 사망.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의 내용을 보면 공사장에서 떨어져 숨지거나 기계 조작을 하다가 숨지는 경우가 많다. 지휘 감독뿐 아니라 안전사고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영세기업에 더 많은 사고가 나고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생명존중 정신과 맞춤형 계몽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수의 피해를 낸 산재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기업을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것에 의존한다고 해서 사고가 예방되지 않는다. 

 

사업주 등을 직접 처벌 대상에 포함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사업주의 확고한 의지 없이는 중대 재해를 막을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나마 대기업은 제도적으로나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는 영세기업이나 교통사고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 

보건안전 전문가들은 "여러 안전 노력에도 불구, 사고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있는 만큼, 그간 발생한 사고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더욱 강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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