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기획] 커피업계 ‘안전 리더십’ 선도하는 스타벅스코리아
한국재난안전뉴스 이용훈 기자 | 올해 초 SPC계열 제빵공장의 중대재해 사건 등으로 식음료 업계 전반에 안전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는 커피 전문점과 같은 서비스 업종이 산업재해와 거리가 멀게 느껴졌지만,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 확산과 더불어 안전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국내 커피 시장을 선도하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안전 리더십’ 구축에 발빠르게 나선 모습이다. 전국 1,800여 매장 운영부터 음료·상품 유통, 디지털 플랫폼까지 사업 전반에서 선제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업계 안전 기준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대형 사고와 논란을 겪으며 오히려 예방 체계를 강화한 스타벅스의 사례는, 커피산업 전반의 ESG 전환과 소비자 신뢰 확보 전략을 보여준다. 국내 최대 커피 체인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변화에 누구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안전 경영을 들여다본다. 중대사고가 남긴 교훈 – “두 번 실수 없다” 품질안전센터 가동 스타벅스는 지난 2022년 한 차례 품질 안전 위기를 겪었다. 여름 프로모션 증정품이었던 이른바 ‘서머 캐리백’에서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돼 큰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당초 스타벅스는 문제가 된 상품에 대해 늑장 대응 논란까지 빚으며 소비자 불신을 초래했고, 결국 송호섭 당시 대표이사가 경질되고 신세계그룹 I&C 출신의 손정현 대표가 긴급 투입는 계기가 됐다. 신세계그룹은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으며, 이번 스타벅스 논란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스타벅스 조직과 업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예고했다. 실제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실 직원을 투입해 내부 감사가 이뤄졌고, 품질관리 조직 개편 등 대대적인 쇄신이 추진되었다. 물류 단계에서도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인적 오류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은 작업자 위험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지난 2022년 12월, 손정현 대표 취임 두 달 만에 ‘품질안전센터’를 신설한 것이다. 기존에 식품위생 관리만 담당하던 품질관리 파트를 팀 조직으로 격상하고 인력을 보강해, 식음료부터 MD상품까지 모든 제품의 안전성을 전담하게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품질안전센터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선(先)출고 중단 후 재검증을 통해 안전을 확인한 뒤 재출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여름 e-프리퀀시 증정품 준비 과정에서 모든 품목에 3회 이상의 안전성 검사를 거치는 등 더욱 엄격한 사전 검수를 시행했다. 문제 소지가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즉각 유통을 중단하고 추가 검사에 나서는 선제 대응으로 “두 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이러한 품질 안전 강화 조치는 그룹 차원에서도 큰 관심사였다. 다행히 센터 출범 이후 현재까지 스타벅스에서 이전과 같은 소비자 안전 문제가 재발하지 않았고, 신속한 리콜과 보상 조치로 한때 잃었던 고객 신뢰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품질 개선 노력은 눈에 보이는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2023년 상반기 커피·푸드 제품 관련 고객 불만건수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고, 신규 출시 상품마다 안정적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무엇보다 바뀐 점은 선제적 대응”이라며, “내부 유통 상품 품질 검수는 물론 외부 위험 요소까지 분석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먼저 중단하고 확인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안전이 곧 품질’이라는 인식 아래 전 임직원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객정보도 안전하게 – 3,000억 예치금 지킨 디지털 보안 스타벅스코리아는 전국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을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기도 하다. 매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트랜잭션과 고객 개인정보, 그리고 선불식 충전카드 잔액까지, 지켜야 할 데이터 자산의 규모가 막대하다. 2022년 말 기준 스타벅스코리아 고객들이 스타벅스 카드에 충전해 둔 잔액만 약 2,982억 원에 달했을 정도다. 따라서 정보보호와 사이버 보안 역시 스타벅스 안전경영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스타벅스 앱 이용자 일부의 계정이 외부 해킹 시도로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해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약 90여 명의 스타벅스 회원 계정에 도용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악용한 부정 로그인이 이루어졌고, 이들의 충전금 약 800만원 가량이 도난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해킹자는 스타벅스 앱의 로그인 취약점을 노려 무작위로 입수한 외부 계정 정보를 대입하는 크리덴셜 스터핑 수법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즉시 문제가 된 해외 IP를 차단하고, 피해 계정 충전금을 전액 보상하는 선조치를 취했다. 또한 관련 사실을 관계 당국에 신고하고 추가 보안 강화에 나섰다. 예컨대 스타벅스 앱의 화면 캡처 기능을 제한하고, 비정상 로그인 탐지 로직을 보완하는 등 고객 정보 보호 조치를 한층 강화했다. 스타벅스 측은 “고객과 회사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모든 기술적·관리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향후 유사 시도에 대비한 모니터링 고도화 계획도 밝혔다. 다행히 해당 사고 이후 추가 피해 확산은 없었고,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속한 복구와 투명한 공지를 통해 디지털 신뢰를 지키는 데 주력했다. 스타벅스는 내부적으로 글로벌 기준의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을 적용하고 주기적 모의해킹 점검, 임직원 보안 교육 등 다층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정현 대표가 신세계그룹의 IT계열사 출신이라는 강점을 살려, 사이버 안전망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파트너가 안전해야 고객도 안전 – 현장 소통과 인권경영 스타벅스코리아는 직원들을 가리켜 ‘파트너’라고 부른다. 기업 성공의 동반자라는 의미인 만큼, 파트너의 안전과 복지를 경영 핵심에 두고 있다. 손정현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강조하며, 매달 전국의 매장을 돌고 있다. 스타벅스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직원들을 직접 본사로 초청하거나 지방 주요 매장에서 만나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이 자리에서 쏟아져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는 곧바로 개선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장시간 서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을 위해 앞치마 어깨 끈에 목 디스크 방지 쿠션을 덧댄 디자인을 도입”하고, 청각장애인 파트너에게는 진동 타이머를 지급해 업무 편의를 높이는 등의 변화가 모두 직원 제안에서 나왔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파트너들의 의견을 사내 주요 의제로 채택해 근무 만족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타벅스의 윤리·인권경영 철학도 파트너들을 통해 실천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글로벌 본사의 행동강령을 준용한 윤리경영 핫라인을 운영해, 임직원의 비윤리적 행위나 직장 내 갑질 등을 익명 신고받아 조치하고 있다. 모든 직원에게 정기적인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실시해 성희롱 예방, 차별 금지, 데이터 윤리 등의 기준을 숙지시키고 있다. 또한 인권경영 선언문을 도입해 공급망에서 아동노동·강제노동을 용납하지 않고, 다양성과 포용 문화를 강조한다. 또한 40여 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는 어르신들을 시니어 바리스타나 주차 안내 요원으로 채용하여 일자리 창출과 세대 통합에 기여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와 보건복지부·한국시니어클럽협회가 맺은 협약에 따라 전문 교육장을 설치해 2천여 명의 시니어 직원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처럼 다양성과 포용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는 스타벅스 브랜드에 대한 사회적 호감도와 신뢰를 높이는 토대가 되고 있다. 환경과 함께하는 지속가능 경영 – “일회용컵 없는 매장 도전” 스타벅스코리아는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국내 F&B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일찌감치 친환경 경영 목표를 내걸고 플라스틱과 일회용 폐기물 감축을 위한 혁신을 거듭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컵 사용 장려 정책이다. 스타벅스는 2007년부터 개인 텀블러나 머그를 사용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해왔는데, 그 결과 15년간 누적 개인컵 사용 8천만 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2년 한 해에만 개인컵 사용이 3,371만 건에 달해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약 800톤의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고 124만 톤 이상의 탄소 배출을 감축한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타벅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회용컵 제로(Zero)라는 더 큰 목표를 세웠다. 2025년까지 전국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퇴출하겠다는 계획으로, 2021년 4월 업계 최초로 발표한 내용이다. 이를 위해 같은 해 제주 지역 4개 매장을 시작으로 ‘일회용컵 없는 매장’ 시범 운영을 개시했고, 곧이어 서울 시내 12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매장 내에 다회용컵 반납기를 설치하고, 보증금을 받은 리유저블 컵을 고객이 반납하면 세척 후 다시 사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21년 환경부·제주특별자치도와 ‘1회용컵 없는 제주’ 협약을 맺고, 제주 전 매장에서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며 친환경 매장 운영을 시험했다. 이 같은 노력은 정부의 자원순환 정책에도 부응하는 행보로, 소비자들의 친환경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정부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이 지연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스타벅스는 자체적으로 추진한 에코 매장 실험을 통해 얻은 경험치를 토대로 더 효율적인 모델을 모색 중이다. 현재도 매월 10일을 ‘환경의 날’로 지정해 개인컵 사용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일부 매장에서는 머그컵 대여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ESG 전략과 스타벅스의 역할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러한 안전 및 지속가능 경영 행보 뒤에는 신세계그룹의 든든한 지원과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999년 국내 진출 이래 신세계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합작으로 성장해오다, 2021년 신세계그룹이 지분 67.5%를 확보하며 사실상 인수한 회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혁신과 성장을 강조하는 한편, '고객과 직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수차례 천명해왔다. 그룹 전략실이 스타벅스 사태에 발 빠르게 개입해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손정현 대표와 같은 전문 경영인을 적재적소에 투입한 것도 이러한 오너십에 기반한다. 신세계그룹은 유통·식품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ESG 경영위원회를 운영하며, 안전 관리 현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정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 회의에서 “한 건의 사고도 용납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선제 조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 그룹 내 다른 사업부문에서도 작업장 안전 인증 획득과 프로세스 개선이 빠르게 이뤄졌고, 스타벅스 역시 그러한 그룹 기조에 맞춰 안전 예산 투자와 인력 보강을 진행했다. 손정현 대표는 신세계 I&C 재직 당시부터 IT로 업무 혁신을 이끌었던 인물로, 스타벅스 대표 취임 후에는 현장과 본사를 잇는 소통 리더십과 품질 경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협력사들과의 상생 간담회 자리에서 “스타벅스는 지속성장을 위해 혁신을 거듭해 나갈 것이며, 협력사의 현장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동반성장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원두 공급부터 물류, 인테리어 시공에 이르기까지 스타벅스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안전과 상생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커피산업 ESG 전환의 선두주자 지킨다 이같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안전관리 전략과 성과는 커피산업의 ESG 전환을 이끄는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때 “비싸고 트렌디한 커피”의 대명사였던 스타벅스가 이제는 “안전을 팔고 신뢰를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품질 이슈와 데이터보안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극복함으로써 오히려 신뢰도 1위 브랜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업계에서는 스타벅스의 예방 중심 안전경영이 타 프랜차이즈는 물론 중소 카페까지 전염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 역시 매장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뒤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스템이 뒷받침되는지 인식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노력은 고객과 파트너 모두가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게 손 대표의 판단이다.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스타벅스코리아가 보여준 안전 리더십은, 커피업계 나아가 국내 서비스 산업 전반의 ESG 경영 교과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커피 한 잔을 향한 이들의 도전이 만들어갈 믿음과 안전의 문화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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