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UAE 적은 이란’ 윤 대통령, 강남 테헤란로를 보시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일국 대통령의 입은 태산처럼 신중하면서 무거워야 한다. 그 나라를 대신해서 말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이란으로부터 즉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란 측은 그렇지 않다는 반론이다. 자칫하면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UAE에 파병된 국군 아크 부대를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라는 발언이었다. 이란 외무부는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보도에 즉각 한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린다고 반박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두 주변국이자 우방인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최근 간섭 발언을 들여다보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면서 “그가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 이런 면에서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전개를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역사적 인식까지 지적했다. 이어 “이란 외무부가 한국 정부의 최근 스탠스, 특히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까지 나섰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대통령실은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이해를 구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해외 순방 때 비외교적인 발언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때마다 당사국에 이해를 구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했다면 도저히 입 밖에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지난 1970년대 한국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상징하는 국가가 이란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한 이란 수교 61년째이고 서울특별시 강남 한복판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상징하는 도로명이 있을 정도이다. 테헤란로이다. 역삼동과 삼성동을 잇는 길이 4km, 너비 50m 도로이다. 강남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왕복 10차선 도로다. 한국의 중동 진출이 한창이던 지난 1977년 6월 17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장의 방문을 기념하여, 서울시청이 테헤란과 서울의 지명 한 곳을 바꿔 지명한 도로명이다. 이후 테헤란로 도로 양쪽 주변은 금융과 정보통신 그리고 8학군의 상징인 학교들이 들어섰다. 영화 아라비안나이트의 호리병 속 검은 연기가 요술을 부리는 그곳이 바로 테헤란로이다. 도로명이 상징하듯 한국과 이란은 깊은 외교적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 평화를 수호하고 건강하게 군 복무하고 집으로  부사히 돌아오라는 정도의 발언만으로 충분할 일이다. 충분히 숙고해서 해야 할 말이다.  대통령의 입은 국민을 대변하는 만큼 특히 외교무대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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