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경기 김포시에서 80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박기수(50)씨는 졸지에 경황이 없게 됐다. 아버지는 건강한 편이어서 평소 아무 걱정도 안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어느날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가족의 일상이 바뀌어버렸다. 아버지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다 미끄러져 허리를 다쳐 거동을 못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지금 5개월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고 가족이 번갈아가면서 간병을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집안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공간이 어디냐고 물으면 보통 거실이나 침실, 주방을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욕실이 가장 위험한 장소 중 하나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그렇다. 한 순간에 일상이 무너져 버리는 곳이 바로 욕실이다. 물기와 미끄러움, 좁은 공간, 딱딱한 바닥은 작은 실수 하나를 큰 부상으로 만들고 급기야는 생명을 위협한다.
질병관리청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가정 내 낙상 사고의 상당수가 욕실에서 발생한다. 샤워 중 미끄러지거나 욕조에서 일어나다가 넘어지는 사고다.
단순 타박상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고령자는 골절이나 머리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노년층에서 고관절 골절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욕실에서의 낙상이다.
욕실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바닥이 항상 젖어 있다는 점이다. 타일 바닥은 물기가 있으면 마찰력이 급격히 줄어든다. 샴푸나 비누 거품이 묻으면 더욱 미끄러워진다.
또 다른 이유는 좁은 공간이다. 넘어질 때 몸을 지탱할 여유가 없고, 세면대나 욕조 모서리에 부딪히며 2차 부상을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욕실 문턱 역시 낙상의 주요 원인이 된다.
겨울철에는 위험이 더욱 커진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혈압이 떨어지며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욕실 사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특정 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첫 번째는 욕조에서 일어나는 순간이다. 젖은 발로 체중을 옮기는 과정에서 미끄러지기 쉽다. 두 번째는 샤워 중 비누를 줍다가 균형을 잃는 경우다. 세 번째는 젖은 바닥 위에서 급하게 움직일 때다. 아침 출근 시간이나 급하게 준비할 때 사고가 많다.
넷째는 욕실 문턱을 넘을 때다. 문턱이 높지 않아도 물기가 있으면 넘어지기 쉽다. 다섯째는 수건으로 발을 닦지 않고 바로 나올 때다. 젖은 발로 바닥을 밟는 순간 미끄러질 위험이 커진다.
욕실 사고는 간단한 예방장치만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것이다. 샤워 공간과 욕실 출입구에 각각 설치하면 효과가 크다. 고령자 가정에서는 거의 필수 안전 장치다.
노약자가 있는 가정은 손잡이 설치도 고려해 볼 만하다. 욕조 옆이나 샤워 공간 벽면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면 균형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시중에는 접착식 손잡이도 팔고 있어 설치가 어렵지 않다.
욕실에서 사용하는 슬리퍼 선택도 중요하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거나 고무 재질 슬리퍼를 사용해야 한다.
욕실 바닥은 자주 청소해야 한다. 비누 찌꺼기나 물때가 쌓이면 미끄러움이 심해진다. 샴푸나 린스가 바닥에 묻어 있지 않도록 샤워 후 물로 충분히 씻어내는 습관이 필요하다.
고령자 가정에서는 욕실 문은 바깥쪽으로 열리도록 설치하는 것이 좋다. 만약 안에서 쓰러졌을 경우 문을 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욕실 안에 작은 의자를 두고 앉아서 샤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서 샤워하는 것보다 넘어질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욕실에 센서등을 설치하면 밤에 화장실을 이용할 때 사고 위험이 줄어든다.
결국 욕실 사고는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젖은 바닥을 확인하고, 손잡이를 잡는 습관만으로도 낙상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사용하는 욕실, 조금만 신경 쓰면 가장 위험한 장소가 가장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