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민간인 살상을 최대한 피하려던 과거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라고 외신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공습 사전경고는 더이상 없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스라엘은 '냉혹·효율적 전술'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해 보면, 이스라엘 공군은 그동안 민간인과 무장세력을 구분하기 힘든 지역에서 공습을 할 때는 통상 '루프노킹'(roof knocking)이라고 불리는 사전 경고를 실시했다. 폭발물이 실리지 않은 훈련탄이나 저강도 탄두를 먼저 떨어뜨려 주변의 민간인들이 몸을 피할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자발리아 난민촌에 대한 공습 과정에선 어떠한 형태의 사전 경고도 없었으며 이는 '보다 냉혹하고 효율적인 전술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공습 전 사전경고를 한다면 민간인 피해는 줄일 수 있지만 목표물인 하마스 주요인사들의 제거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는 게 이스라엘군의 딜레마라고 이스라엘측이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는다고 지적해 왔다. 민간인 때문에 공습을 하지 못할 경우가 많고, 설사 공습을 해 목숨을 잃더라도 여러 민간인이 함께 죽는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더욱 거세질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민간인 살상을 감수하는 이스라엘의 전술은 가자시티를 비롯한 가자지구 북부에는 어떠한 '안전지대'도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주민 이탈을 유도, 하마스의 인간방패 전술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 측은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의 전략이나 의중을 감안하더라도 민간인 살상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듯한 태도는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사상자 중 미성년자와 여성,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남부로 가도 안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하마스가 가자시티 주민에게 피란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상황이나, 가족 중 노약자와 환자 등이 있어 이동이 힘든 주민이 상당수라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가자지구에선 지난달 7∼29일 사이에만 약 3만8200채에서 4만4500채의 건물이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진단됐다고 제이먼 반 덴 후크 오리건대 교수는 말했다. 민간인 피해가 가중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시티를 둘러싼 이스라엘군이 빠르게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내 중심부와 하마스 땅굴 네트워크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시가전을 벌이는 대신, 사방에서 소규모 침투를 거듭하며 턱밑까지 칼을 들이댄 채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가자지구내 작전을 지휘 중인 이스라엘군 162사단장 이치크 코헨 준장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는 지금 가자시티 입구에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에 투입된 병력의 정확한 위치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지상전이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면서 정밀한 정보에 따른 육해공 합동 공격으로 하마스 방어 전선을 무너뜨렸다고 자평했다.
이스라엘 지상군 일부는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와디 가자'(Wadi·평소에는 마른 골짜기이다가 큰비가 내리면 홍수가 돼 물이 흐르는 강) 인근으로 진입한 뒤 고속도로를 따라 북상, 가자시티 남쪽 교외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시티 북서쪽 지중해 연안과 북동쪽 베이트하논에도 각각 다수의 탱크와 장갑차가 포함된 이스라엘군 부대들이 진주해 이스라엘 해군의 엄호를 받으며 가자시티를 압박 중이라고 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르벡의 이스라엘 현지 정보 책임자 마이클 호로비츠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내부로 소규모의 단기 침투작전을 벌여 하마스 목표물을 타격한 뒤 안전지대로 빠지는 전술을 반복적으로 수행 중인 듯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군 전차의 대전차 무기 피격 장면이라며 영상을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아랍 지역 언론사인 알아라비야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겨냥해 5개 방면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면서 북부 일대와 베이트하논 국경검문소 부근에서 격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미 수주간 피란을 권고해 왔다면서 불가피한 결과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연이틀 가자시티 북쪽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했다.
IDF는 지난달 31일 자발리아 지하의 하마스 지휘소와 땅굴 네트워크를 공습해 가자지구 북부 전역을 담당하던 하마스 지휘관 이브라힘 비아리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해당 지역에 민간인이 있고 공습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이브라힘은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수백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볼리비아가 이스라엘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요르단, 콜롬비아, 칠레가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적 역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달 1일 이 지역을 재차 폭격, 하마스 대전차 미사일 부대 수장 무함마드 아사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정부는 이틀간의 공습으로 자발리아 지역에서 최소 19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120명이 여전히 잔해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부상자는 최소 777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는 테러 기반시설을 의도적으로 민간 건물 아래와 주변, 내부에 건설함으로써 가자의 민간인을 고의로 위험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국제법상 무장세력에 의해 사용된다면 민간 시설도 합법적 군사 목표물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 당국자들은 이러한 공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원인이야 어찌되었건 엄청난 보복의 악순환이 거듭될수록 전쟁은 종식되는 것이 아니라 더큰 증오와 복수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국제 여론은 이제 거침이 평화를 말할 때가 됐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