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이 한국에 다음 달까지 반도체 칩과 관련한 ‘칩4 동맹’ 참여 여부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압박하는 형국이다. 다분히 미국이 반도체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에는 미국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산 강국 한국, 대만,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의 진입장벽 문턱을 높게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래 산업의 두뇌라 할 수 있는 반도체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설계와 생산 면에서 갈 길이 바쁜 상황이다. 하지만 미래 산업의 또다른 축인 배터리분야에서는 이미 선도국 지위에 오른 만큼 반도체도 어느 순간 초격차 경쟁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미국의 중국 따돌리기는 집요할 만큼 동시다발적이다. 여기에 한국이 낀 상황이다.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가 아니었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취임 초기에 방문했을지 의문이고, 최근에는 방한 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엘지화학을 방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일련의 행보는 반도체와 배터리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처럼 보인다.
한국은 그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과 생산 분야 만큼은 미국과 중국 못지 않는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구애는 전례 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칩4 동맹’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시장을 봐야한다고 견제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외교무대 전면에 나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 수출의 20%이상을 차지할 만큼 효자품목으로 성장한데는 기술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선도기술로 초격차 승부수를 이어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칩4 동맹’ 참여여부가 미중간 첨예한 정치쟁점화 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다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신기술을 내놨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고객 맞춤형으로 생산한 3나노(nm·10억분의 1m)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양산체제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독자적으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GAA)을 활용, 전력은 45% 절감되고, 성능은 23% 향상되면서 반도체 면적은 16% 줄인 3나노 반도체를 개발, 생산에 돌입해 주요 경쟁사와 시차를 따돌렸다고 한다. 3나노 기술 개발로 파운드리(위탁생산)분야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는 기회까지 확보했다는 것이다. 메모리와 낸드 분야는 절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야는 대만의 TSMC가 50%대를 넘는 견고한 방어벽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이번 3나노 기술은 그 벽을 낮출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기술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국가 위상에 든든한 비밀병기나 다름없다. ‘칩4 동맹’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반도체와 배터리가 수출 주력뿐만이 아니라 국격까지 대변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훼손하는 어떤 동맹도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라는 인식을 윤석열 정부는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중 수교 30년째인 올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대중국 무역적자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그 폭도 커지고 있다. 이유는 중국에 수출했던 주요 수출품목들이 중국도 이제는 자체 기술로 개발해서 상용화해 자급자족하는 바람에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대중국 주요 수출 품목이었던 스마트폰, 자동차 등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이 바닥수준으로 떨어졌고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늘어 본격적인 무역적자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이면에는 중국의 놀말만한 기술 개발이 있었다. 스마트폰 세계시장에서 유독 중국에서 만큼은 시장 점유율이 한때 19.7%에서 0.6%로 추락한 것은 중국이 자체생산한 스마트폰 때문이다. 방심하면 하루 아침에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한중간 무역적자가 보여주고 있다. 그 초격차가 이젠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까지 온 상황에서 시장도 잡고 국격도 훼손되지 않는 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할 시간이다. 그 기술 덕분에 한국이 떳떳하게 동맹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안다면 국가는 기술개발에 사활을 건 기업에 뭘 해주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을 해야 한다. 동맹보다 우선해야 하는 건 기술이고 시장이라는 냉혹한 세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