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법 제정에 업계 초긴장..."강행하면 산업경쟁력 약화·기업 존망 위태"

국회 본회의서 2030 온실가스감축 목표 35% 이상 명시... 현실 고려해 업계 의견 반영돼야

한국재난안전뉴스 김세미 기자 |  국회가 3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박차를 가하자, 경제산업계가 산업경쟁력 악화는 물론 기업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nmined Contribution)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다. 다만 법안에는 2018년 배출량 기준 '35% 이상' 감축하되, 구체적 수치는 대통령령에 위임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2030 NDC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NDC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회원국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과 역량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것인지를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이번 탄소중립기법안이 2030년 NDC를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BAU: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배출량) 대비 35% 이상으로 명시함에 따라 산업계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이에 따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의견' 제하의 입장을 내고,  해당 수치는 우리나라 경제산업 발전 현황과 현 주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낸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5단체는 의견서에서 “2050 탄소중립은 세계적 추세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목표로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날의 경우, 주요 선진국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반면,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기간은 짧은 국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2030 NDC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단체가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제조업 비중은 우리나라가 28.4%로 EU(16.4%), 미국(11.0%) 등에 비해 많이 높은 반면, 온실가스 배출정점부터 탄소중립까지 준비기간은 EU(60년), 미국(45년)에 비해 훨씬 짧은 32년이라는 것이다. 

경제5단체는 ▲경제계와 소통 활성화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 강화 ▲안정적·경제적 에너지 공급 ▲탄소감축 설비투자 지원 확대 ▲예측가능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운영 등 5대 과제를 정부에 제안했다.

경제계는 '2050 탄소중립'은 물가피한 목표로 공감하지만, 단기 과제인 '2030 NDC'는 산업 경쟁력과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국회가 정한 35% 이상을 기준으로 오는 10월까지 관련 내용을 논의할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 세부 계획을 수립할 때, 산업계의 참여를 보장하고 협의하자며, 구체적으로는 탄소중립위원회와 산업계 간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경제계는 이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분야 기술은 EU와 미국에 대비해 80% 수준에 그치고 있고, 특히 핵심기술인 수소·연료전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면서 "정부가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선도적인 연구·개발(R&D)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체계 개편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전환 과정에서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안정적·경제적인 에너지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대·중견에 대해 각각 1·3%인 '환경보전 및 에너지 절약시설 공제율'을 5·7%로 상향하고, 2030 NDC 달성을 위해 당장 필요한 기술과 설비에 대해 '신성장·원천기술'로 인정해 세액공제를 우대하고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하자는 주장이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우리 기업들도 EU·미국의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 ESG 실천 요구 등에 따라 탄소감축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만 온실가스 감축기술 등 현실적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기업의 존망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글로벌 친환경 신시장을 선점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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