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의성 산불 번지며 경북 북동부서 사망, 실종 10명...천년 고찰 고운사 소실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의성 산불이 계속 번지며 경북 북동부서 사망 실종이 10명이 발생했다. 영양군 석보면에서는 25일 오후 11시께 도로 등에서 일행 등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남녀 시신 4구가 발견됐고, 청송에선 사망· 실종이 4명에 달했다. 이밖에 다른 지역에서도 시신이 발견됐다. 천년 고찰 고운사가 소실됐으며, 봉정사의 문화재인 보물 등이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긴급 이송됐다. 불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인명 피해 및 재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운사 등 천년 고찰이 불에 타고, 문화재들이 긴급 이송되고 있다. 이같이 불이 쉽게 잡히지 않고 사망자 및 실종자, 부상자가 속출한 것은 당국의 사전 대처가 미흡하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급 보도에 따르면, 닷새째 확산되고 있는 26일 새벽 현재 경북 의성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급속히 번지면서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 등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망자 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질식하거나, 근접하는 불길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황급히 대피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산불이 휩쓸고 간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모두 9명이다. 그리고 실종자는 1명이다. 의성군에서 퍼진 불씨가 비화해 산불이 확산하고 있는 영양군 석보면에서는 전날 오후 11시께 도로 등에서 일행 등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남녀 시신 4구가 발견됐다. 같은 날 영양 석보면에서는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인원 1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위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 피해로 추정된다"라며 "사건 확인 초기 단계로 현재 사망자 4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주왕산국립공원 등에 불씨가 날아든 청송군에서는 지금까지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읍 한 외곽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또 가족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70대 여성은 교통사고로 갈비뼈 등을 다치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보면에서는 치매를 앓는 80대 여성 1명이 실종된 상황이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의성과 접한 안동에서도 현재까지 임하면과 임동면 2곳에 있는 주택 마당에서 각각 50대와 70대 여성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는 사망한 50대 여성 남편도 부상을 당한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합뉴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22일 인근 도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음에도 순차적으로 위험지역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지 않고 전 주민에게 한꺼번에 대피명령을 동시에 발송,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등 사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불 확산과 함께 사망자나 부상자 등이 급격히 늘자 체계적이지 못한 주민대피 조치가 화를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나 부상자 등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며, 산불 피해를 본 지자체들도 추가 사고자 파악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경북도 측은 "산불이 번진 지자체 등을 상대로 주민 피해 등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닷새째 확산 중인 '괴물 산불'이 안동을 지나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과 영양, 영덕까지 확대됐다. 의성산불로 천년 고찰 고운사가 불에 타고, 화재 위험을 우려해 문화재급 보물들이 대거 이송됐다. 대란불교 조계종은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며, 승려 등 20여명 긴급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25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0분께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가 산불에 소실됐다. 고운사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산불로) 전각이 남아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각에 불이 붙은 순간 산불 진화대와 승려들이 대피했다"며 "진화대가 오후 4시 50분께 전소한 것을 확인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전소 의심이 많이 되지만 추가 확인이 필요해 추정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조계종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지막에 철수한 소방대원이 대웅전을 제외한 건물 다수의 전소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재로 인해 사람이 사찰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피해 상황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고운사 입구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도 전소됐다. 문학관 옆에 있는 고운사 작은 문인 '산문'(山門)은 무사했다. 산문은 현대식 건물로 확인됐다. 산문에서 고운사 대웅전까지는 약 800m 거리나 현장에는 아직 불씨가 남아있어 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고운사가 있는 단촌면에는 이날 오후 3시 20분께부터 대피 명령이 발령됐다. 일부 관계자들을 제외한 승려 5∼6명 등 20여명은 오후 3시 50분께부터 대피했다. 고운사에 소장 중이던 보물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해 불화 대웅보전 석가모니 후불탱화 등 유형문화유산 41점은 이날 오전 조문국박물관 등 경북 각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이날 종단 주요 보직자를 모아 긴급회의를 열고 화재 피해 사찰 현황을 확인하고 다른 사찰이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경북 청송에서 산불의 영향으로 주민 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26일 청송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께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에서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이 여성이 산불 상황에서 긴급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진보면 시량리에서는 이날 오후 70대 남성이 자신의 주택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 남성은 긴급 대피를 위해 집을 찾아온 마을 이장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을 산불 피해자로 보고 있다. 이에앞서 이날 오후 7시께 청송읍 한 도로 외곽에서 A(65·여)씨가 불에 타 숨진 상태로 행인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산불 대피 명령에 따라 승용차를 이용해 대피하던 중 산불에 휩싸여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진보면 기곡리에서는 병을 앓고 있는 80대 여성 1명이 실종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청송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산불이 직간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했거나 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청송 산불은 계속 이어져 주왕산으로까지 번질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한편 25일 산불 위협에 놓인 봉정사 보물이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와 예천박물관으로 분산해 보관하기로 하고 이날 긴급 이송됐다. 전문가·자원봉사자 수십명이 유물 보존에 힘쓴 가운데 불길이 심상치 않아 봉정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주요 보물을 경주로 옮긴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꼽히는 곳이자 국가 보물들이 보관된 안동 봉정사에서 한밤중 긴급 유물 이송 작전이 펼쳐졌다. 산불이 안동 하회마을 인근까지 접근하고 봉정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천년고찰 고운사가 불에 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문화유산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날 봉정사에서 이송되는 보물들은 영산회 괘불도, 아미타설법도, 목조관음보살좌상 등이다. 당초 국립 대구박물관으로 옮겨질 계획이었으나 주요 유물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나머지는 예천박물관으로 분산해 보관하기로 했다. 국가유산청,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관계자 수십 명은 사찰 곳곳에 흩어져 이운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목조관음보살좌상에 새겨진 문양이 훼손되지 않도록 솜포를 덧대 감쌌으며, 금관 하나를 플라스틱 박스에 옮기는 데에도 전문가 4명이 달라붙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이날 봉정사에선 유물 이송을 돕기 위해 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등에서 봉사자 수십 명이 지원에 나섰다.전문가들이 포장을 마치면 6~7명씩 달라붙어 무거운 유물을 무진동 차량까지 실어 나르는 작업을 도왔다. 전날 오후 11시께부터 시작돼 새벽까지 이어진 유물 이송 작전은 외신도 주목했다. AFP 통신 기자는 한국 산불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자카르타에서 날아와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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