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토삼굴의 지혜를 모으는 계묘년이길 바란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12간지(干支)상 올해 2023년은 토끼해인 계묘년(癸卯年)이다. 집토끼나 산토끼의 습성을 보면 굴을 여러 개 파놓는다. 이 점이 다른 동물과는 다르다. 입출입구가 하나인 동물과는 달리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서 포식자들의 위협에 대비하는 생존술을 본능적으로 타고났다. 현자들은 위기와 위협에 대응하는 토끼의 지혜를 지켜보고 이를 자신의 지혜로 삼았다. 중국 역사서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사마천이 쓴 ‘사기’ 맹상군열전편에도 재상이 어떤 지혜로 처신했는지를 토끼의 3가지 굴에 비유한 대목이 나온다. 위기 극복을 위한 현자들의 세 가지 방편을 통해 재상자리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론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한 가지 방편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위기에 직면해있다. 남북관계가 그렇고, 경제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국론분열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교토30굴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굴을 어떻게 파느냐이다. 맹상군열전에서 보면 맹상군은 자신에게 지혜과 자문을 하는 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귀 담아 들어 따랐다는 점이다. 풍원이라는 보잘 것 없는 식객마저도 받아들여 내키지 않는 의견도 듣고 믿고 따랐기 때문에 재상이라는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남과 북은 한해를 성찰하고 마무리하는 시기인 지난 12월 탄도미사일과 고체연료 발사체 쇼도 모자라 무인기 침투 공방을 벌였다. 나오는 말마다 서로 파국하겠다는 거친 언사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한 희생자는 우리 민족과 국민이라는 것도 잊은 것처럼 보인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지도자들이 할 말은 아니다. 대결 말고 2023년 계묘년은 남북 관계의 긴장국면을 타개할 첫 번째 굴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한해여야 한다.

 

지난해는 우리 대외교역사에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472억 달러 규모이다. 수출이 사상 최대로 늘었지만 수입이 이를 초과해서 벌어진 무역적자이다. 이는 대외 수출여건이 그만큼 힘겨워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수출 주요 무대가 보이지 않는 규제라는 벽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벽을 낮추거나 허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그 무대를 대신할 다른 무대를 찾기는 더욱더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수출 주요무대에서 승부를 내야하는 필살기라는 또 다른 굴을 파야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말미에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 새해,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경제'를 11회, '수출'을 6회 언급했고, 노동 교육 연금이라는 3대 개혁을 주창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노동 교육 연금이 기득권일 수 있다. 이는 전 국민 모두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개혁을 하려면 국민 대타협이 필요한 세 번째 굴이 무엇인가를 먼저 찾아야할 대목이다. 반목과 대립 속에 나홀로 주창만으로는 찾을 수 없는 굴이다.

 

맹상군이 재상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자신의 식객이 제언한 조언에 따라 가산을 의리와 은혜로 바꾼 건 대담한 인내였다. 또 그 같은 조언을 하는 식객을 알아보는 지혜였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득표율보다도 여론은 여전히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윤 대통령과 국민이 생각하는 교토삼굴은 다를 수도 있다. 국민이 가기 힘든 길이다.  대통령과 국민이 국가의 위기극복이라는 한 뜻의 교토삼굴이 무엇인지를 신년초에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기를 바란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