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완도 냉동창고 화재 참사…기본안전수칙 무시가 문제다

“에폭시 작업 중 토치 사용해서는 안돼"
“소방관 두 명 사망…현장 관리·위험 인지 시스템 문제”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전남 완도에서 발생한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진압 과정에서 고립돼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이번 사고가 단순 화재를 넘어 ‘예견된 인재(人災)’였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화재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작업 과정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장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12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냉동창고 내부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에서는 에폭시 등 인화성 물질이 사용된 상태에서 토치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에폭시 작업 구간에서는 화기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지만, 이를 무시한 채 작업이 진행되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고 현장 구조 역시 위험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냉동창고 내부는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로 밀폐된 구조였고, 바닥에는 에폭시 재질이 깔려 있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인화성 유증기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고 내부에 축적되기 쉽다. 소방당국은 에폭시와 우레탄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천장 부근에 머물다가 점화원과 만나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사고는 전형적인 갑자기 내부에서 밖으로 번지는 ‘플래시오버(Flashover)’ 양상을 보였다. 초기 진압을 마친 소방대원들은 외부에서 상황 판단 회의를 진행한 뒤 내부 다른 구역에서 연기가 확인되자 오전 8시 47분께 재진입했다. 그러나 약 3분 뒤 내부에서 급격한 폭발과 함께 화염이 외부로 분출된 것이다. 대피 명령에 따라 일부 대원은 탈출했지만, 40대 소방위와 30대 소방사는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립됐다.


이 과정에서 밀폐 공간 내 유증기 축적과 재진입 타이밍이 맞물리며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소방당국은 재진입 직후 내부에 축적된 유증기가 점화되면서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 요소가 사전에 충분히 인지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폭시와 같은 화학물질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방출해 화재 위험이 높은데, 이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 교육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작업 중 화재’ 반복…현장 안전관리 공백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및 산업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과 화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작업은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되며, 사전 위험성 평가와 작업 허가 절차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정 지연이나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이러한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현장일수록 안전관리 책임이 분산되면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쉽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인화성 물질 근처에서의 화기 작업은 가장 기본적인 금지 사항”이라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단순 부주의를 넘어 구조적 관리 실패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 대응 과정에서도 ‘위험 고립’ 문제
이번 참사는 화재 발생뿐 아니라 진압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2명이 내부에서 고립되면서 탈출하지 못한 채 순직한 점은 소방 대응 체계의 위험 관리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

 

냉동창고와 같은 밀폐 공간은 연기 확산과 온도 상승 속도가 빠르고 구조가 복잡해 내부 진입 시 위험도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특히 내부 구조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입할 경우 고립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일각에서는 “현장 정보 공유와 위험 인지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소방 대응에서는 구조물 정보 데이터화와 실시간 위험 분석 시스템 도입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사후 대응’ 아닌 ‘사전 예방’으로 전환해야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가장 크게 제기되는 과제는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다. 현재 산업현장의 안전관리는 사고 발생 이후 책임을 묻는 사후 대응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전문가들은 “위험 작업에 대한 사전 승인제와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위반 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며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유사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방 대응 측면에서도 위험 예측과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구조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술 기반의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복된 경고 무시”…구조적 문제 드러나
이번 완도 화재 참사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작업이 이뤄지고, 그 결과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사고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며 “이번에도 근본적인 개선 없이 넘어간다면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사고는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소방 대응 체계, 제도 운영 방식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단순한 사고 수습을 넘어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안전 정책의 신뢰를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산업안전전문가들은 “에폭시 작업은 환기·온도 관리가 필수인데, 냉동창고 특성상 환기가 어렵다. 화기 사용은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다.”며 재차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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