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재난안전뉴스 이용훈 기자 | 고위험 고정밀 공정이 복잡하게 얽힌 석유화학 산업은 산업재해와 환경오염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 산업의 중심에서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의 수익 중심 구조를 넘어, 이제는 '안전한 생산’, ‘환경을 지키는 기술’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금호석유화학(대표 백종훈)이 있다. 합성고무·ABS·고성능수지 등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핵심 제품군을 보유한 이 기업은, 2020년 이후 ‘무재해 사업장’, ‘탄소중립 전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3대 축으로 삼아 안전과 환경 중심의 체질 전환에 돌입했다. 여수·울산 등 국내 주요 공장을 시작으로, 각종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안전설비와 에너지 효율형 공정이 전면 도입되고 있다.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에너지는 덜 쓰고, 재해는 만들지 않는다.”
금호석유화학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를 맞아 제시하는 새로운 생산철학이 이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체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ESG 시대에 부응한 ‘안전·환경 경영’ 강화 움직임
금호석유화학이 그간 제품 생산 전반에 걸쳐 안전·환경 중심 경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선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은 환경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 대기오염물질 저감 시설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소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직 개편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강화되는 환경안전 이슈에 업계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내부 기준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금호석유화학그룹은 2020년을 환경·안전 경영 강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환경안전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각 사업장의 안전 및 환경경영 현황을 최고경영자(CEO) 주관 아래 매년 2회씩 점검하는 ‘안전환경 통합회의’를 도입해 그룹 차원의 통합 관리에 나섰다. 이를 통해 사업장별 환경안전 경쟁력 확보 방안을 공유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안전환경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사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주요 사업장 안전 투자…여수·울산, 무재해 위한 스마트 설비 도입
금호석유화학은 국내 핵심 생산거점인 여수·울산 공장에 스마트 안전설비를 도입해 산업안전 수준을 한층 높이고 있다. 여수 고무공장과 울산 사업장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 기반 CCTV를 설치, 작업 현장과 고위험 구역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화재나 유해가스 누출을 자동 감지하고 작업자의 이상 행동 징후나 보호구 착용 여부를 실시간 확인해 즉각 경보를 발령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향후 여수·울산 현장에 스마트 안전모, 웨어러블 카메라 등 작업자 착용형 센서 장비도 도입해 IoT 기반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스마트 안전장비 강화로 현장의 잠재 위험을 사전에 포착해 '중대재해 제로(Zero)'에 도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예지보전 기술도 도입해 설비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공정 등 주요 생산설비에 IoT 센서와 머신러닝 기반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 설비 이상 징후를 사전에 예측·진단하는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설비 고장이나 이상으로 인한 가동 중단과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예방정비 중심의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장의 숙련 인력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설비 예방보전(PdM)'을 실현함으로써, 작은 이상도 놓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조치해 무재해 사업장을 지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안전 투자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공장은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공정안전관리(PSM) 이행 상태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P등급’을 획득하며 안전관리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 울산 고무공장은 증기설비를 최신형으로 교체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는 등 공정 개선을 통해 무재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각 사업장은 위험 작업에 대한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를 일상화하고, 밀폐 공간 작업 시 체크리스트 기반의 특별 관리로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와 스마트 기술 접목으로 금호석유화학의 생산 현장은 빠르게 '안전 스마트팩토리’로 진화하고 있다.
환경설비 투자와 에너지 절감…저탄소 생산체계 구축
금호석유화학은 안전뿐 아니라 환경 분야에서도 대대적인 설비 투자와 개선 활동을 추진해왔다. 금호피앤비화학 여수공장은 노후 가열로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폐수처리장에 습식 세정장치를 설치하여 악취 유발 물질과 대기오염물질을 줄였다.

아울러 공장 플레어스택(Flare Stack)에 발열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배출가스의 불완전 연소를 방지, 공정 배출물로 인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여수 2공장 증설 과정에서 폐수 내 유기물을 회수·추출하여 원료로 재활용하는 폐수 재활용 공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폐수로 인한 수질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자원순환 효과를 거두고 있어 친환경 공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환경 관리 선진화 노력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호폴리켐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을 줄이기 위해 누출점검관리(LDAR) 시스템을 구축, 오는 2025년까지 전 공정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합성고무 등 주요 제품군에 대해 '전과정평가(LCA)'를 실시해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 영향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더욱 효율적인 환경 개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금호폴리켐은 매월 환경·안전회의를 열어 유해위험 요인을 발굴·평가하고 개선 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전 직원 대상 안전체험 교육을 정기화해 환경·안전 의식을 높이고 있다.
에너지 절감과 저탄소 설비 도입도 눈에 띈다. 울산고무공장은 중압 스팀 라인을 저압 스팀 설비로 개선해 증기 활용 효율을 높였고, 공정 열 회수 장치를 추가로 설치해 공장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동시에 줄이고 있다. 플레어스택의 팁 교체, RTO(재생산열산화로) 내 축열재 성능 향상 등을 통해 열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 미세한 공정 개선까지 이어가는 모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자체 발전시설에 바이오매스 연료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를 확보하는 한편, 그 에너지를 공정에 재투입하는 클린에너지 순환도 실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드칩 혼소 발전설비를 개선해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렸다”면서 “향후 추가 바이오 연료 확보로 저탄소 에너지 비중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보건 조직 개편과 중대재해 대응 강화
금호석유화학은 ESG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전사적으로 개편했다. 2021년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사 기술기획본부 산하 안전환경팀을 CEO 직속 안전환경기획실로 격상시켜 그룹 EHS(환경·보건·안전) 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안전환경기획실은 본사 및 전국 12개 사업장의 안전·환경 업무를 총괄하며, 관련 법규 준수와 목표 수립, 이행 점검까지 지휘하는 중앙 관리체계를 확립했다.
또한 각 공장의 안전환경팀을 공장장 직속 조직으로 재편해 현장 대응력을 높였고, 공장·연구소 통합 안전보건경영체계를 구축하여 총괄공장장이 안전보건 책임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로써 본사-사업장 간 이원화된 안전관리 조직이 촘촘히 연계되어, 유사시 신속한 의사소통과 조치가 가능해졌다.
안전보건경영 시스템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정비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모든 사업장에 ISO 45001 및 ISO 14001 기반의 안전환경보건 관리체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내부 규정과 매뉴얼을 주기적으로 개정하여 지속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안전보건 분야 비전으로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건강한 기업'을 선포하고, △중대재해 Zero △안전보건 인프라 구축 △자율적 안전문화 정착 등 3대 목표를 수립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이 방침에 따라 전사적인 무재해 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안전보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금호티앤엘의 경우 ‘무재해 안전경영’을 경영방침으로 채택했고, 금호미쓰이화학도 별도의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신설하여 CEO 주관 아래 산업재해 예방 회의를 수시로 실시하는 등 적극 동참하고 있다.
또한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를 위해 임직원 성과평가에도 안전보건 지표를 연계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각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관리감독자를 대상으로 연 2회 안전보건 업무 수행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경영진 및 담당자의 KPI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협력사 포함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관련 관리자에 최저등급 부여 등 강도 높은 평가 기준을 적용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7대 의무사항 이행을 철저히 점검하려는 조치로서, 외부 전문기관과 자체 인력으로 구성된 안전보건 점검팀이 정기적으로 전 사업장을 돌며 이행 상황 감사를 수행한다. 회사 측은 “향후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하고, 작업 전 안전회의 활성화 등을 통해 안전보건 문화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ESG 경영 성과로 이어져…글로벌 인정 받다
이 같은 금호석유화학의 안전관리 강화와 환경경영 노력은 ESG 종합성과로 결실을 맺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계열사별 안전·환경 데이터를 통합 공개하여 이해관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였고, 환경·사회·지배구조 전반에서 고른 성과를 보이며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Korea에 3년 연속 편입됐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로부터는 2025년 기준 화학 부문 ‘ESG Top-Rated’ 기업으로 선정되어 업계 최상위권의 ESG 위험관리 수준을 인정받았다.
또한 MSCI ESG 평가에서도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하는 등 대외 평가가 개선되는 추세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ESG 경영은 지속가능기업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적 책임 강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을 아우르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안전과 환경은 기업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임직원 모두가 ‘안전 최우선’ 문화를 생활화하고 친환경 경영혁신을 일상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은 K-EV100(한국형 무공해차 전화 100) 캠페인에 동참해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등 사업장 밖에서도 온실가스 저감에 앞장서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이 같은 안전·환경 중심 경영 강화 노력은 ESG 시대에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자, 산업계의 지속가능 경영 모범 사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그룹 차원의 통합 EHS(환경보건안전) 조직과 비상대응 시스템, 안전 KPI(목표관리) 연동제도 등은 중대재해법 이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여기에 플레어스택 개선, 재생에너지 확대, 제품 전과정평가(LCA) 등 환경 기술 측면에서도 탄소감축과 순환경제 기반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이러한 실증 사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욱 공고하게 지속가능한 화학의 미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