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너지값 급락이 부른 반짝 무역흑자 반갑지만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리나라 6월중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깜짝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흑자 덕은 석유, 석탄,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 수입이 수출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수출액은 542억4천만달러로 수입액 531억1달러보다 11억3천만달러나 많았다. 하지만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0%, 수입은 11.7% 감소했다. 특히 무역 흑자의 일등 공신은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이었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3.27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달 74.99달러로 38.28달러나 떨어졌다. 또한 6월 주요 에너지 수입액도 지난해 대비 27%나 줄어 깜짝 무역 흑자를 주도했다. 특히 우리 물가에 직격탄 요소인 에너지 가격 하락은 무역 흑자와 더불어 반가운 소식이다. 에너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고 우리 전체 수입액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적자보다는 흑자가 반갑지만, 수출이 9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형 무역 흑자의 주 요인이 에너지 가격 하락과 수입 감소였다면 호황형 무역 흑자 주체인 반도체와 주력 시장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이다. 반도체 수출과 최대시장 중국 수출이 회복되기는 커녕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감소했다. 또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 규모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은 올해 상반기에 26% 감소했다. 대중국 적자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의 주 무대인 대중 반도체 수출도 상반기에 40%나 급감해 불황형 수출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과 반도체 수출 여부에 무역수지의 희비가 엇갈리는 구조이다. 마치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천수답 형국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에너지 변수야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천수답 논에 하늘과 관계없이 물을 공급하려면 관계시설은 필수적이다. 관계시설은 다름 아닌 수출구조와 여건 개선이다. 수능시장에만 킬러문항이 있는 건 아니다. 수출시장에서도 킬러 상품이 있다. 경쟁국들은 변별력을 갖춘 주력 상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는 반도체와 배터리지만 이 또한 변할 수 있다. 주력 시장에 먹힐 수 있는 반도체와 같은 상품이 더 나와야 한다. 이와 함께 중국 시장과 같은 대체 시장개척도 병행해야 한다. 수출 다변화를 주문하지만 정작 미·중 기술 패권에다 유럽 연합(EU) 등 경쟁국들의 문턱 높이기로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수출규제 요인을 제거하는 전방위 외교적 노력도 수출 전선에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국가 외교가 수출 전선에 규제라는 지뢰를 제거하는 데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중국 수출 감소 요인은 다분히 정치 외교의 이탈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이 북방외교를 지우는 듯한 행보와 맞물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미 무역 흑자는 늘고, 대중 무역적자가 30년 만에 발생한 수치가 보여주고 있다.

 

대미무역 흑자의 경우 국내 삼성, SK하이닉스, 엘지 등 반도체와 배터리 대미 투자에 비하면 당연한 기대치에도 못 미친다.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시장에도 자유롭게 투자해서 시장 다변화 길을 열 수 있도록 외교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게 주요국별 무역수지가 보여주고 있다. 공급망의 탈동조화(디커플링)는 이미 헛구호였음을 미·중도 인식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탈동조화 외교정책을 펴는 것은 스스로 시장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공급망 장벽 낮추기인 디리스킹은 국가 외교의 기본이다. 내부에서는 산업정책이 외부로는 외교정책이 수출 전선에 든든한 우군으로 작동할 때 천수답 무역수지 상황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노태우 정권의 북방 외교정책의 결과가 수출길 개척과 함께 무역 흑자 강국으로 거듭났음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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