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원전 오염수 괴담보다 국민 이해할 방안 내놔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린 소금 없이는 몸도 먹거리도 안전하지 못하다. 그 소금이 때아닌 파동이 일고 있다. 너도나도 사서 쟁여놓고 보자는 심리 때문이다. 일본이 쓰나미가 원자력발전소를 덮쳐 오염된 바닷물을 정화해서 방류하겠다는 일정이 나오면서 한일 간 논쟁이 오가자 가장 먼저 소금값이 급등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오염수는 붕괴한 원자력발전소 내부의 핵연료봉에서 나온 플루토늄과 같은 핵폐기물을 덮친 바닷물이기 때문이다. 그 바닷물은 정상적인 바닷물이 아니다. 정상적인 사용 후 핵연료봉도 수만 년 동안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10만 년 이상 영구 격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과 12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인 오염수이다. 그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니 소금값은 폭등하고 바다 생선 거부 기미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9.0의 대규모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가 후쿠시마현(福島県)에 있던 원자력발전소 전원공급을 중단시키면서 원자로를 식혀 주는 긴급 노심 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췄고, 3월 12일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후 이틀 뒤인 3월 14일에는 3호기 수소폭발, 15일에는 2호기 및 4호기 수소폭발과 폐연료봉 냉각보관 수조 화재 등으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대량으로 외부로 누출됐다. 고장 난 냉각장치를 대신해 뿌렸던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을 머금은 오염수로 누출되면서 고방사성 액체가 문제로 대두됐었다. 언론 등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당시 누출된 오염수는 해류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미 태평양과 우리 바다를 오염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번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그 원전 폭발 재앙의 악몽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핀란드의 경우 핵 폐연료봉을 10만년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다는 소식과는 달리 일본은 12년도 안 된 폐연료봉을 녹인 바닷물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소금값 폭등 파동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 우리 바다도 오염될 수 있어서 오염되기 전에 소금을 미리 사두자는 우려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쌓아 둔 천일염 재고가 동날 정도라고 한다. 일리 있는 불안감일 수 있다. 일본이 쓰나미로 피폭된 원전 오염수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제시하지 않은 체 안전하다고만 밝혔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우려일 수 있다. 우리도 동해와 서해에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보면 일본처럼 원전이 바닷속 지진에 따른 쓰나미로 피폭될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우리는 중국이 원전을 동해, 우리로 치면 서해에 집중적으로 가동하고 있어서 여차한 원전 사고로부터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전을 전력공급의 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면서도 꺼림칙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에 소금값이 폭등한 건 여론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이 알지도 못하는 삼중수소 등 발암물질이 원전 오염수에 포함돼 바다와 물고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이기 때문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예가 우리에게도 있다. 부산시와 기장군 등이 추진해서 설립한 해수 담수화를 완공해놓고도 식용과 공업용수로 공급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우리 기업들이 이미 바닷물을 민물로 전환해 중동 사막에 식수와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세계 최고 시설이다. 그 해수담수화 시설로 고리 앞 바닷물을 부산지역 식수와 공업용수로 공급하려 했지만, 담수지역이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이라는 이유로 담수 공급 파이프 일부는 고철화되고 있다. 바닷물로 원자력발전소 터빈을 식힌 후 흘려보내는 바닷물에 삼중수소 등 방사능물질이 섞여 있을 것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심지어는 서해 영광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지역특산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 한빛원자력발전소로 개명까지 했다. 보다 못한 한빛원자력발전소 임직원들은 원전 터빈을 식히고 방류하는 배수로에서 자란 물고기들을 잡아 지역주민들과 대규모 시식회를 하는 등 안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또 터빈 식힌 바닷물로 치어를 대량 길러 방류하기도 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결국 안전한가이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 회기 정책으로 돌아선 가운데 터진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은 우리에게 때아닌 소금값과 수산물 파동 그리고 해수담수화 계획에 차질을 몰고 올 수 있다. 원전이 왜 안전한가에 대한 국민 인식이 미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안전하다고 여길 때까지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이보다 더해서 설득하는 건 정권 몫이다. 그것조차 마다하고 괴담 취급한다면 일본 오염수로 인해 불편한 민심은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적 검증의 당사자는 일본이고 우리 정부는 이를 검증할 충분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먹거리에 필수적인 소금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 우려도 수그러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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