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흔히 쓰는 우리말로 힘겨운 일을 할 때 희망을 건네는 덕담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한다. ‘공정’과 ‘상식’ 그리고 ‘자유’를 주창한 윤 대통령을 믿고 선택했던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의 여러 통계와 수치를 보면 시작보다 후퇴한 수치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시작이 반이 아니라는 수치들이다.
우선 대선에서 48.56%를 득표했던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년이 지났지만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끔은 20%대로 떨어지기도 한다. 먹고 사는 경제 상황도 갈수록 뒷걸음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데도 사상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적자는 472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 깊어질 조짐이다. 올해 들어 지난 4월 20일까지 누적적자만 266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 반을 넘어섰다. 최대 수출시장이자 최대 흑자국인 중국이 수입국으로 돌변하면서 적자국으로 역전당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 속에 한국 수출 주력 필살기인 반도체 수출은 양쪽의 견제 속에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짐으로는 여기서 끝날 것 갖지 않다는 데 있다. 안보와 가치 동맹에 올인하는 동안 경제 분야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경제안보라지만 기술과 수출을 통제받는 동맹국이 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역대 대통령의 직업별 유형으로 보면 해외 유학파, 군부, 정치인, 기업인, 변호사에 이어 윤 대통령은 처음으로 검사 출신 대통령이다. 취임 1년간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성적표를 보면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이 현재까지는 가장 낮은 점수이다. 지난 1년간 경제 성적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는 군부의 티를 벗기 위해 과감한 경제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88서울올림픽 유치 그리고 공산권과의 북방외교를 통해 개혁 개방을 거침없이 추진했다. 그 성과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세계 무대로 데뷔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과의 다방면에 걸친 경제교류의 기폭제가 됐다. 군부 정권의 티를 벗는 대담한 외교 전략이 이후 민간 정권에게 두터운 힘을 실었다. 그 결과는 거침없는 성장이었고 부동의 흑자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수출에 강한 나라였다. 역대 정권이 대통령 직전 티를 벗어서 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에 취임하는 순간 직전 티를 벗고 환골탈태하는 용인술을 써서 미래 국정에 나섰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본인과 가장 대척점에 섰던 노태우 대통령 정무수석을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나라가 부도가 난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민심이 흉흉하던 시절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실부터 비서실장으로 야당 인사를 발탁했고 김종필 정적을 초대 총리와 함께 공동정부를 꾸려나갔다. 국민 통합과 협치가 무엇인지는 인사를 통해 보여줬다.
그런 근현대 대통령사를 지켜봐 온 국민에게는 대통령이 취임할 마다 매의 눈으로 일거수일투족을 봐왔다. 그 눈에서 벗어난 대통령들의 시련은 컸다. 소위 측근들의 국정농단과 국가 위기관리에 무능한 대통령에게는 거침없는 퇴진을 요구했다. 사익과 무능으로 전임 대통령 중 두 사람은 퇴임과 탄핵 후 옥중 신세까지 져야 했다. 법은 미래를 단죄하지 않는다. 단죄할 수도 없다.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은 국정 수행 중 벌어진 사안을 엄중하게 평가받는다. 여론이 그렇다. 그 결과를 여론조사가 정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는 지난 정권에 대해서는 하지 않는다. 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여부를 묻고 있다. 대통령 당선 지지율보다 20%나 낮은 여론은 여러모로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정과 상식 그리고 자유라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국민 피부에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총으로 상징되는 군부정권도 그 티를 벗기 위해 경제와 북방외교로 승부수를 던졌다. 국민을 피의자로 보는 검사 티를 벗기 위해 취임 2년 차로 접어드는 윤 대통령은 어떤 미래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다. 그 중심에 국익이라는 끈을 놓치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