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이젠 무역적자국 조짐...원인분석 면밀히 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대중국 무역적자가 올들어 지난 1월과 2월 잇따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5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 이후 처음 있는 적자이고 그 폭도 확대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중국의 기술 자립의 역풍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웬만한 건 다 중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할 만큼 기술과 자본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 탓을 따져봐야 할 때이다. 세계 최대시장 중국을 놓치면 어느 기술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도 우리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소비재부터 첨단 배터리까지 중국은 이미 세계시장을 장악 중이다. 반도체 외 우리가 내세울 게 없는 지경까지 왔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기술력마저 추월당한 상황이라 대중국 무역적자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241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 478억달러의 절반을 넘었다. 한국무역협회도 벌써 올해도 연간 무역적자액이 4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사상 최대 무역적자 폭을 갈아치울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역적자 급증의 원인은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대중국 무역적자가 있다. 중국은 한때 우리나라 수출 25% 이상을 차지했고 사상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누적 흑자액은 7,117억 달러로 연평균 237억달러에 달했다. 한중 수교 이후 연간 기준으로 중국은 2018년 한국의 무역 흑자국 1위(556억3천600만달러)였을 정도였다. 이후 2019년 2위(289억7천400만달러), 2020년(236억8천만달러)과 2021년(242억8천500만달러)에는 3위였다가 지난해(12억1천300만달러)에는 22위로 밀려났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흑자는 커녕 적자로 돌아섰고 그마저도 폭이 크다. 1·2월 누적 수지 또한 50억7천400만달러 적자로 올해 전체 무역적자의 19%나 차지했다. 2월까지의 누적 수지 기준으로 대중 적자(-50억7천400만달러)는 한국의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인 호주(-48억1천500만달러·2위)와 최대 원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46억6천900만달러·3위)보다 많다. 대중국 수출 구조가 역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특히 올해 1·2월 누적 기준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가장 큰 품목은 정밀화학원료(-18억4천900만달러), 건전지·축전지(-13억7천800만달러), 컴퓨터(-11억2천400만달러), 산업용 전기기기(-7억3천2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중국의 교역은 세계 무역 5대 강국 중 수출 증가율은 2위, 수입 증가율은 최하위로 무역구조가 점차 자립·내수형으로 변모하고 있다"라며 "특히 중간재·소비재가 수출 증가를 주도해 중간재 중심인 한국과 수출 구조가 점차 유사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무역이 배터리 소재인 정밀화학과 무선통신 부품 등의 첨단 중간재,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 고급 소비재의 수출 증가로 고도화되면서 한국과의 '산업 내 무역'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31년 만에 중국은 기술 자립에 나섰지만 우리는 만년 무역 흑자국이라는 자부심에 동아줄 썩는 줄도 몰랐다고 할 수 있다. 수출 전선에서 방심은 결국 무역적자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흘러간 기술로는 무역 장벽을 넘을 수 없다. 우리가 그나마 경쟁력을 확보한 배터리와 반도체도 미국을 포함한 경쟁사들과 초격차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동원하고 있고 유럽도 갖가지 명목으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수출 전선 곳곳에 지뢰만 여기저기 부설되고 있다. 기술 아니면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무역적자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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