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휴대폰속 예금 인출사태가 부른 대형은행 파산 면밀 대응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던 미국이 뜻하지 않는 은행 파산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초간편 세상이 부른 대형 은행 파산사태다. 은행 규모로 16번째 은행이고 40년 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단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예금자들이 휴대폰 속 입출금 앱으로 인출하는 바람에 초고속 파산을 한 첫 번째 사례이다. 넘쳐났던 여유자금을 미국의 국채 등에 투자했다가 국채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손실을 보았다고 공시하자 은행의 부실을 우려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대규모 인출해서 벌어진 일이다.

 

뱅크런은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말한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연구기업에 젖줄 역할을 하던 총자산 276조원 규모의 SVB가 한꺼번에 55조원의 대규모 인출사태를 겪으면서 결국 파산했다.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12일(현지시간) SVB 예금을 전액 보증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뉴욕주의 시그니처은행이 하루 만에 100억 달러(13조 원 규모)나 인출사태를 겪으면서 연쇄 파산사태를 부르고 있다. 안전한 은행으로 예금을 빼서 옮기려고 휴대폰속 앱 계정을 가진 이들이 손가락으로 순간 인출을 하면서 발생했다. 전산마저 먹통 되자 직접 은행에 찾아가 인출하는데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는 보도이다.

 

평상시 예금자들의 정상적인 인출 때야 문제없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한꺼번에 몰리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경우 파산이고 이태원 압사 참사처럼 인명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SVB 파산과 시그니처은행의 뱅크런은 새로운 형태의 은행 파산을 예고하고 있다. 휴대폰에 깐 은행 입출금 기능이 보여준 파산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은행의 대응 속도보다 휴대폰속 앱이 더 신속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SVB가 18억달러의 투자손실을 냈다고 하자 이 소식을 접한 예금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즉시 휴대폰 속에서 돈을 신속하게 이동시켰다.

 

발단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서 비롯됐지만, 그 후유증이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발생한 것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금리 인상을 지난해 내내 이어왔는데 잡으려는 물가는 못 잡고 멀쩡한 은행을 파산시킨 꼴이 났다. 은행을 찾아가는 고전적인 입출금 기능이 이젠 24시간 휴대폰 속에서 이뤄지는 상황이 예금자들에게 위기 대응을 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손실을 일으킨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도 SVB에 투자해 투자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SVB 파이낸셜 그룹 지분 307억원, KIC는 61억원 규모를 갖고 있다는 보도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든지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운용기금 890조5천억원중 79조6천억원이나 날렸고 KIC도 38조원 규모의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SVB 파산은 새로운 유형의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다중의 동시 집단 이동이 초래할 수 있는 사태이다. 휴대폰이 은행 기능을 하고 있어 부실 징후가 포착되면 곧바로 대형 은행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앱이 이를 보여줬다.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태이다. 수출 부진으로 무역 적자는 올해 들어 3월 10일까지 228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무역 적자 478억 달러의 절반에 육박했다. 미국 따라간 금리 인상 후유증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급락사태이다. 나라 경제 상황도 금리 급등에 따른 개인 부채 부담도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불안감이 증폭되면 안전처를 찾는다. 특히 돈은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 SVB 사태가 보여줬다. 새로운 유형의 동시 집단 이동이 부른 은행 파산 사태를 새로운 유형의 위기로 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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