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늦은 정부 물가대책, 공급망 확충이 우선이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겨울철 난방비와 전기료 폭탄 고지서에 정부가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비상 경제·민생 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도로·철도·우편 등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할 방침을 밝혔다. 또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민간 분야인 통신·금융에 대해선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라며 말했다.

 

물가 대책반장 격인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는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1회 한국 최고 경영자포럼 기조연설에서 "민생 안정의 첫걸음이 물가 안정이고, 물가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라며 "물가가 불안하면 취약계층이 무너지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와중에 지난해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부터 식료품까지 안 오르는 게 없다.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가스와 원유는 100%, 지난해 기준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19.4%라 거의 80%는 해외 수입물에 의존하고 있어서 우리가 애쓴다고 물가를 목표치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급망 확보가 우선이다.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수요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불안은 공급망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공요금 동결을 주문했지만, 공급망이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뿐이다. 공급망과 더불어 거품 요인을 제거하는 다양한 정책 수단이 필요해 보인다. 툭하면 올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내버려 두면 다 무너진다는 데 있다. 추 기재부 장관이 지적했단 말 그대로이다. 직격탄은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민심 이반의 주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발표한 '엥겔지수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동안 우리나라 엥겔지수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G5 국가보다 큰 폭 상승했다”라며 주요인은 식품 물가 급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식품 물가 급등은 특히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을 가중했다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2020~2021년) 한국의 식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5.2%를 기록, G5 평균(1.7%)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한경연은 주요 농산물을 대부분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같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발생하면 식품 물가가 불안정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요인이 해외 공급망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38개 회원국 중 독일·프랑스 등 25개국에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낮아졌지만, 우리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5.2%로 전달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30%나 올릴 태세이다. 300~400원 인상을 예고했다.

 

공공요금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물가 급등의 진원지가 정부라 해도 지나친 말도 아니다. 주요국은 소비자물가가 내렸는데 우리만 상승한 원인은 정부 책임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1년 전에 비해 28.3%나 급등했다. 정부와 지자체발 물가 인상이다.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를 국민에게 전가한 꼴로 보인다. 민생을 한정시키는 것은 정부가 공급망 확보와 확충에 전력을 기울이는 일이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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