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본시장의 꽃, 외환시장 개방...만시지탄이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통제시장에서 자유시장으로 개방까지 70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 외환시장이다. 우리가 해외 나갈 때 미국 달러화를 포함한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각국의 통화로 바꾸는 시장이 외환시장이다. 지금까지는 외국 돈으로 바꾸는 환전이 여러 가지 규제 조항이 있었다. 특히 규모가 넘는 돈을 외국돈으로 바꿀 때다. 이 때문에 한국 외환시장 말고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 우리가 모르는 한국 원화를 매개로 한 각국 통화 거래가 있었다. 그 해외시장을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 외환시장에서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보도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래로 70년 넘게 유지돼온 한국 외환시장 구조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외환당국은 내년 하반기께 외환시장의 빗장을 풀고,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연간 수출입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선 지 수년째이다. 세계 6대 교역국으로 모든 조건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보다 더 원화를 매개로 한 외국 통화와의 거래를 철저하게 통제했다. 그런 사이 거래 기법을 익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위 파생상품시장에서도 뉴욕, 일본, 런던 외환시장과도 겨룰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많은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빗장을 풀기 전에는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완전한 개방 없이는 진정한 자본주의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오늘 만난 국책은행의 외환딜러 출신이자 현 임원에게 물었더니 실보다 득이 크다고 평가했다. 내년 하반기 개방이 목표라는 우려를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외환시장 개방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필요해서 한국을 떠나야 할 때 통제된 시장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투자를 주저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는 지난 70년간 수많은 경우의 시행착오를 경험한 사례가 있다고도 했다. 여러 이유를 들어 외환시장 추가 개방은 득이 크다는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지난 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 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외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며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과 같은 낡은 도로로는 그간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고, 좁은 도로 때문에 안정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라며 "무엇보다 불편한 도로 여건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이 제약받고 이에 따라 국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체된 도로를 풀리게 하는 방법은 통제가 아닌 길을 더 확장해서 소통하겠다는 풀이다. 발표대로라면 내년 하반기까지 도로포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달러·유로·엔 등 세계 주요 통화는 역외에서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되고 국적·법적 지위와 관련 없이 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중국도 우리 시장을 모델로 지난 2010년 이후 역외 위안화 시장을 개설·확대하고 올해부터 역내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새벽 3시까지 연장했다. 그런데도 우리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국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한데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금융시장마저 중국에 밀리는 형국이라는 점을 당국이 고려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격에 맞는 시장 개방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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