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을 겸직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이 8일 국회로부터 탄핵당해 직무가 일시 정지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발의한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에서 총 투표 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통과돼 헌법재판소(헌재)로 넘겨졌다.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로, 이 장관은 헌재의 탄핵 심판 때까지 직무 정지된다. 이 장관은 장관직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행안부는 사실상 차관 대행 체제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는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탄핵한 것이다.
헌정사상 국무위원이 탄핵당한 경우는 처음이지만 탄핵을 주도한 야당과 대통령실은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9일 대통령실이 탄핵소추를 '부끄러운 역사'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어처구니없고 후안무치한 태도"라며 "이 장관을 계속 두둔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의 제1 공복으로서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지도자로 역사에 부끄럽게 기록될 것"이라고 받아쳤다. 입장에 따라 전혀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상황을 보면 국가적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탄핵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국가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헌법에 따라 국회는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바 있고 임성근 대법원 부장판사에 이어 이번에는 이상민 장관을 탄핵했다. 국회는 국가 공무원은 누구도 직무에 관한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종 심판은 헌재로 넘겨졌지만 또 다른 행태의 탄핵이라는 점에서 공무원 사회에 일대 경종을 울렸을 것으로 본다. 국가 재난 안전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10.29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그가 보인 행보가 결국 탄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명 사고에 대한 야당이 주도한 탄핵을 정치공세라고 하기에도 명분을 찾기 어렵다. 너무나 분명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10.29 참사 때부터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경찰과 소방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했다. 한 발 더 나가 “제가 놀고 있었겠느냐”, “나도 폼나게 사표를 내고 싶다”라는 말로 유족들을 대했다. 폼나게 사표를 내야 할 시기를 버티다 결국 국회로부터 파면을 당한 것이다. 혹 이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대학 후배였고, 대통령마저 “고생 많았다”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건 있을 수 없다”라며 감싼 말이 사퇴 만류로 보였다면 국민의 생명을 경시한 주무장관의 국정 감각 상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시간이 약이라는 어리석은 판단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 규명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경찰과 국회까지 나서서 원인 규명과 사후 재발방지책을 찾고 있는 와중에 중간 책임을 물어 국회가 이 장관을 탄핵한 것이다. 이제 헌재에서 탄핵의 정당성과 법리 간 공방 과정에서 참사 원인을 전후로 한 규명을 다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지금까지 국회로부터 넘겨받은 탄핵 여부에 대해 정해진 기간인 180일 이내에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63일 심리 후 기각, 박근혜 대통령 92일 심리 후 인용 등 정해진 기한 내 결론을 내기도 했지만,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267일을 거쳐 각하시키기도 했다. 헌재가 탄핵 정당성 여부 과정에서 가능하다면, 참사 원인 전후 과정의 공직사회가 어떻게 위기관리에 임했는지, 그 정확한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철저히 밝혀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