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中 견제에 노출된 한국...위기관리 해법 있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과 중국 간 첨단기술 대결에 한국이 고래 등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다.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하나의 태양만이 있다는 미국 측 제국의 논리에 중국이 인정할 수 없다는 무언의 대결이 결국 주변국을 통한 압박에서 급기야는 겁주기까지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미중 대결구도는 돌이켜보면 미국이 지난 1979년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시킬 때부터 예상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건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국은 지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74%까지 치고 올라갈만큼의 경제적 자립국가로 성장했다. 유일하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반도체와 군사 분야이다. 그 반도체와 군사분야만큼은 미국이 양보할 수 없다는 게 현 미중간 갈등의 쟁점이다.

 

여기에다 미래차 시장인 자율주행 겸 전기차 시장까지 가세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는 반도체와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를 사수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 대만, 일본에게 ‘칩4동맹’ 참여 요구에 이어 지난 7일(현지 시각)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조만간 하원에서도 통과될 것으로 보여 IRA는 내년부터 발효된다.

 

그런데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인 IRA을 보면 우리 전기차 수출에 치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만을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조금이 금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과 다를 바 없다. IRA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80만원)나 지급되는 보조금 조건은 전기차와 배터리 모두 북미 지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2024년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배터리 원자재를 40% 이상 조달해야 한다는 세부조건도 있다.

 

중국과 배터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은 배터리 소재 대부분이 중국산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당장 수입선을 교체하지 않는 한 IRA기준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자동차 수요시장에서 연간 2600만대를 소비하는 최대 시장이라는 점, 또 전기차 분야에서는 세계 1위로 등극했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인 중국의 CSTL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IRA법은 다분히 국내 배터리 3사와 현대기아차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미국 법을 따르자면 중국과 미국에서 국내배터리 3사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기아차 등 한국 전기차를 팔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말로는 글로벌 공급망 해소를 위해 노력하자면서도 우리를 옥죄는 동맹과 법은 더 촘촘히 챙기고 있다. 미국은 칩4동맹을 빌미로 한국의 중국내 반도체 신규 투자와 설비현대화를 봉쇄할 것으로 예상되고, IRA를 내세워 미국 내 전기차 생산라인을 구축하라고 사실상 협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함께 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외교구도가 송두리째 뒤틀리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 쇼를 하지 않았더라도 사드가 한국에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혈맹이라는 북한에 핵실험 쇼를 견제했더라면 적어도 사드 한국배치는 명분이 없을 것이다. 툭하면 서울 불바다를 외치는 북한에 이를 견제하고 대응할 모든 수단을 갖추는 게 자주국방이다. 북한과 중국이 말하는 자주이다. 중국이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후 대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미사일 훈련으로 미국은 대만에 추가 무기를 판매하고 공급하는 구실을 줬다. 미국이 생산하지 못하는 7nm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 53%나 차지하고 있는 TSMC 반도체 공장이 대만에 있다. TSMC에서 생산하는 파운드리 반도체가 없다면 미국 첨산산업은 큰 차질을 빗을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와 3nm이하 파운드리반도체가 없다면 설상가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미국이 대만과 한국이 그런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편으로 하려는 갖가지 법안과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중국도 북한처럼 미사일과 핵실험 같은 겁박 말고 글로벌 공급망 대책을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제안하는 게 순서이다. 미국에 이어 미래 제국을 꿈꾼다면 주변국에게 포용과 관용을 실천하는 게 먼저이다. 이때 한국은 미래 산업을 좌지우지 할 반도체와 배터리 강국이면서도 미국과 중국에 맥없이 난타당하는 구도를 탈피할 전략이 무엇인지 궁리에 절치부심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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