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정부가 치솟고 있는 소비자물가 등 물가상승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조치를 취하면서도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연간 최대 폭으로 결정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3분기 전기요금을 연료비 조정단가의 분기별 조정한도(±3원/kWh)를 연간 조정한도(±5원/kWh) 범위까지 넓힐 수 있도록 한전 약관까지 개정해가며 3분기에 한꺼번에 5원을 인상한다. 가스요금도 애초 7월부터 올리기로 예정했던 민수용(주택ㆍ일반용) 요금의 원료비 정산단가 0.67원에, 기준원료비 인상분 0.44원을 더해 메가줄(MJㆍ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11원 인상하기로 했다. 기존 예상보다 0.44원이나 추가한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단가가 해외발 에너지자원 공급망 차질로 올랐고 전기를 생산하는 한전의 누적적자가 깊어 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전기와 가스요금을 연간 최대 상승폭으로 인상하는 조치는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연료비 조정단가 분기 조정 폭을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으로 제한하던 것에서 최대 ±5원까지 조정하면서까지 인상폭을 최대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으로 4인 가구(월평균 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요금 부담이 약 1천535원 증가하고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돼 서울시 기준으로 연중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2천22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전기는 거의 모든 사업의 비용 요소로 전기요금 인상은 비용을 높여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의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16.7% 올라 5개월 연속 10%대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이 10.4%, 도시가스가 35.5%, 수도가 4.7% 각각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57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서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의 '최근 물가 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전체 기업의 69%는 제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 중 61%는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해 전기료 등의 비용이 오를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그 몫은 당연히 소비자인 국민이다. 정부내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는다고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발전비용 상승을 전기료와 가스비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정부 다짐은 헌신짝 버린 듯 하다. 정부주도형 물가 인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4% 올라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한다. 6%대로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 5.4% 가운데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가 0.32%포인트 였는데 전기와 가스요금이 연중 최대 폭으로 오르면 기여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곡물가 급등 등 해외발 인상 요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6~8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 수 있다”면서도 이를 타개할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대통령도 주무부처도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정부 통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 요인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간 대규모 추경으로 넘쳐난 돈이 물가 상승을 유발한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는 것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체 해외발 요인으로 모든 것을 돌리고 있다. 지난 2년사이 8차례의 재난지원금과 선별지원금이 공짜가 아니었음을 가파른 물가, 금리, 그리고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벌써부터 물가 상승률에 근거한 임금인상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도 못 잡으면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달라는 호소는 설득력이 떨어질 뿐이다. 능력과 실력있는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고 한만큼 그 실력을 보여줘야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