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철폐위원회 구성으로 즉각 입법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규제 개혁이 곧 국가의 성장”이라고 강조하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퇴직 공무원 150명과 연구기관 및 경제단체 관계자 50명으로 구성되는 규제혁신추진단을 총리 직속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말장난이다. 지금도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 심사를 총괄하고, 국무조정실이 부처 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규제개혁 규제혁신을 옥상옥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개혁과 혁신보다는 철폐가 답이 아닌가. 참고할만한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한국과 미국 사례이다. 먼저 김대중 정부시절 규제철폐에 대한 사례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는 당시 정부부터 규제를 50% 줄인다고 했고 즉각 시행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9개월만인 1998년 11월 중앙정부 기존규제 1만1000여 건 중 48%인 5300여 건을 없애고, 나머지 2400여 건은 완화하거나 개선하기로 한 결정을 속전속결했다. 연말 국회통과를 위해 그해 11월 19일 국무회의에서 단 50분 만에 195건의 법안을 처리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규제 개혁을 총괄하는 행정규제기본법도 그해 생겼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란 국란의 시기여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 후 역대 정부는 말만 규제개혁 혁신을 외쳤을뿐 규제는 점점 더 늘어만 갔다. 윤 정부도 “모래 주머니를 없애겠다”, 문재인 정부 ‘붉은 깃발법(적기조례) 철폐’, 이명박 정부 ‘전봇대 뽑기’, 박근혜 정부 ‘손톱 밑 가시 뽑기’ 등으로 규제 혁신 개혁 철폐를 거창하게 내걸었지만 그 규제는 늘기만 했다.

 

또 다른 사례는 미국이다. 지난 2017년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을 통해 한 가지 규제를 신설하면 두가지 규제를 철폐하는 ‘투 포 원 룰(2-for-1 Rule)’ 제도를 도입했다. 새로운 규제 1개를 신설하려면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고, 규제 신설에 따라 발생하는 규제 비용은 기존 규제의 폐지로 상쇄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또 부처별로 연간 규제 비용 감축 목표를 할당하는 '레규러토리 캡(Regulatory Cap)' 제도 역시 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 규제에 대한 답답함에 쩐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뉴욕 빈민가를 개발할 당시 온갖 규제 때문에 옴쭉달싹못한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시행과 개발을 아버지 때부터 익혔던 터라 미국 규제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시절에 절절하게 체험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규제를 더 강화하는 모순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트럼프식 규제 철폐로 인해 3년간의 결과를 보면 신설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7.6개가 폐지됐다고 한다. 신설규제 수는 연평균 3024개로 이전 10년(연평균 3649개) 대비 12.2% 감소했다는 것이다. 총 규제 비용은 2016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05억 달러 증가에서, 3년간 연평균 149억 달러 감소로 반전됐다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그런데도 한덕수 총리는 퇴직공직자를 규제혁신추진단을 꾸린다 하니 말문이 막힌다. 규제를 업으로 살아가는 공무원들이 무슨 규제혁신을 하려고 하는지 알 길이 없다. 공무원은 규제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퇴직고위공직자 150명을 명단에서 제외하기를 바란다.

 

규제 철폐를 하고 싶다면 국회의원 150명을 규제철폐위원회 자문단으로 두시라. 입법부 국회의원들을 움직여야 규제가 개혁이든 혁신이든 철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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