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김충식 가천대학교 교수가 ‘5공 남산의 부장들 1,2’권을 최근 출간했다. 20년전 ‘남산의 부장들’이후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두 책은 중앙정보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와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명칭만 바뀐 체 정보기관이 벌인 정치공작, 정지자금 모금, 선거 조작, 이권 개입, 도청, 미행, 납치, 고문. 밀수, 암살 등의 소재를 담고 있다. 김 교수의 이번 책은 지난 1992년에 박정희 시대(제3공화국과 제4공화국) 18년의 정보부장 10명을 다룬 열전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5공화국 전두환 시대의 안기부만을 파헤친 내용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영화로도 나와 국가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짓도 할 수 있음을 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그런 국가 권력이 국민을 상대로 다양한 정보를 지난 60년 동안이나 축적,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 ‘X파일’ 자료에는 행정·입법·사법기관 사무관급 이상과 대기업 임원급·언론사 간부·대학교수·성직자·시민단체 인사들의 인적사항부터 시작해 접촉 인물·사생활·비위까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까지 국가정보원을 이끌었던 박지원 전 원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X파일'의 내용에 대해 확인하면서 "박정희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60년간의 정보가 메인 서버에, 또 일부 기록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국회(정보위원회)에서 의원들에게 '이것을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예를 들면 정치인은 어떻게 해서 어떻게 돈을 받았다, 어떤 연예인하고 썸씽(something)이 있다는 내용이 다 들어 있다"고도 했다. 무슨 정보가 담겨 있길래 공개되면 이혼사유가 되는지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증권가에 나도는 정보지 수준이라지만 정보지 수준을 넘어서는 발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이전의 역대 정권에서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우리 사회 주요 인사들에 대해 사찰, 감시를 통한 정보수집활동을 벌여온 기록들이 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지난달 퇴임한 박지원 전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방지를 위한 공익제보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그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사찰과 감시를 위해 국민의 혈세가 쓰였고, 이를 통치수단으로 활용해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내 정보 수집 및 정치 개입을 하지 말라고 해서 국내 정보 수집분석부서를 해편했다지만 기존 수집 파일은 보관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여야에 화두를 던진 셈이다. 60년파일을 없애느냐 마느냐이다.
박 전 원장은 "이 자료는 여야의 불행한 역사다. 남겨놓으면 안 된다"며 "그래서 특별법을 제정해 (자료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걸 못 했다"고 말했다. 자료를 폐기해야 한다는 뜻으로 'X파일'존재 사실을 밝힌 셈이다. 박 원장의 'X파일 존재‘ 폭로와 때마침 출간된 김충식 교수의 ’5공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우리 권력과 사정기관이 국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밥줄을 위해 권력을 희롱하고 농단했는지를 밝힌 만큼 답은 나왔다. 비밀이 밝혀지기에는 시간 문제 일 뿐이지만 밝혀지기도 전에 억울하게 당한 이들에게는 통한의 한속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가를 위해서였다고 변명하기전에 이제라도 불법으로 수집된 정보는 폐기해야 마땅하다. 바로 직전 퇴임한 전직 국정원장의 바람처럼 가벼운 폭로가 국정원법 위반 여부를 떠나 ’X파일‘은 폐기돼야할 소신에서 비롯됐다고 보기에 폐기하면 될 일이다. 국정원 뿐만 아니라 검찰, 법무부, 공수처, 경찰 등 사정기관도 이를 계기로 불법정보 수집 자료가 있다면 마땅히 폐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