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용훈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항공기 개발이라는 정밀 산업의 특성상 안전과 윤리, 환경 경영은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다.
이에 따라 KAI는 중대재해 예방, 윤리·준법경영,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 각 부문에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협력사와 지역사회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ESG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중대재해 제로’를 위한 실질적 프로그램과 투명한 컴플라이언스, 인권 존중 문화를 구축한 KAI의 안전경영 활동의 현주소를 집어봤다.
ESG·안전 성과로 잇달아 수상 영예.. 투명 거버넌스 구축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최근 지속가능 경영 분야에서 잇따라 쾌거를 올렸다. 지난 6월 KAI는 ‘2025 사회공헌기업대상’ ESG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지속가능 경영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앞서 4월에는 ‘2025 대한민국 ESG경제대상’에서 기업 부문 ESG공시대상도 받았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주관한 안전보건 상생협력 사업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어 중대재해 예방 노력도 인정받았다.
이처럼 안전한 사업장 구축과 윤리·투명 경영, 친환경 노력까지 삼박자를 갖춘 KAI의 행보가 국내 방산업계의 ESG 경영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KAI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우주 종합기업으로서, 항공기 개발·생산 만큼이나 사업장 안전관리와 지속가능 경영을 중시해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의 안전수준을 높이고 중대재해 제로를 목표로 전사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동시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선언하고, 윤리경영과 인권경영 등 비재무적 가치 향상에 힘써왔다. 이러한 노력들은 국제인증과 대외 수상으로 이어지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이라는 KAI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KAI는 2022년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며 지속가능경영 추진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사회가 직접 ESG 경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해 건전한 거버넌스 확립과 공정한 기업 활동을 약속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정관과 주주 현황, 이사회 및 감사기구 구성 등 지배구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면서 신뢰도를 높였다. 특히 ESG 전담 조직인 지속가능기획팀과 전사 실무협의회를 꾸려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자체 제작하는 등 ESG 경영의 내재화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KAI는 올해 상반기 민간 ESG 평가기관 평가에서 최고등급에 해당하는 ‘AA’등급을 받았고, 한국ESG기준원(KCGS)의 2023년 평가에서도 전년보다 두 단계 상승한 종합 B+ 등급을 달성했다. ESG 정보공개와 경영체계 구축 노력을 인정받으며, KAI는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라는 대외적 평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청렴 경영' 윤리경영 국제인증 첫 획득하다

윤리·준법경영 측면에서 KAI의 성과는 방산업계에서도 손꼽힌다. KAI는 지난 2018년 방위산업계 최초로 국제 표준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ISO 37001 인증을 획득해 반부패 정책을 도입했고, 2021년에는 해당 인증을 한 차례 갱신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규범준수 경영시스템 ISO 37301까지 범위를 넓혀 지난해 11월 두 개 인증의 통합인증을 새로 받았다.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윤리경영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KAI의 컴플라이언스 관리체계는 대외적으로 공인을 받았다. KAI는 2023년 11월 규범준수·부패방지 경영시스템 국제 통합인증을 획득하며 윤리경영 수준을 한층 높였다.
KAI는 임직원 대상 익명 제보 시스템을 운영해 부조리 신고 채널을 열어두고, 주기적인 부패 리스크 진단으로 위험 요인을 선제 관리하고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하도급법·청탁금지법 등 필수 법령 교육을 전 임직원에게 실시하고, 협력회사와의 공정거래를 위한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등에 발맞춰 관련 내부 규정과 매뉴얼을 정비했다.
윤리경영실 주도로 전사 차원의 컴플라이언스 협의체를 운영해 수시로 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한편, 협력사까지 포함한 부패 ZERO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KAI는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경영체계로 ESG 경영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인권존중·상생노사…“사람 중심” 경영철학
KAI 경영의 또 다른 축은 인권 경영과 노사 상생이다. KAI는 경영활동에서 인권 침해 요소를 없애기 위해 2021년 인권경영 선언문을 제정하고 관련 정책을 도입했다. 세계인권선언,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ILO 핵심협약 등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준법경영 시스템을 마련해 이해관계자의 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에게 장애인 인식개선, 성희롱 예방 등 법정 의무교육을 매년 실시하고, 사내 익명 제보채널인 사이버제보를 통해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 지역사회 주민까지 누구나 인권 침해를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접수된 제보는 관련 부서에서 철저히 조사·조치하며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한다.
아울러 전문 상담센터를 운영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고충에 대한 상담과 심리 지원도 무료로 제공하며 인권 친화적 근무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노사문화 측면에서도 성과가 뚜렷하다. KAI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2024년도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회사는 일·가정 양립을 돕는 다양한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세대 간 소통을 위한 MZ 세대 열린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에 앞장선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중대재해 0” 목표로 안전보건 선도하다
항공기 제작 현장은 대형 장비와 유해물질 사용이 불가피해 산업안전이 특히 중요하다. KAI는 안전보건 관리에 국제 표준 ISO 45001 시스템을 일찍이 도입해 체계적인 예방 활동을 전개해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협력업체까지 아우르는 전사 안전망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KAI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닌 협력사까지 안전보건 수준을 높이기 위해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원·하청 상생협력 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2023년에는 KAI 안전보건팀이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기술 지도와 매칭 컨설팅을 제공하여 작업장의 위험요인 제거를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KAI는 해당 사업의 우수사업장으로 선정,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입증했다.
현장에서는 선제적 예방과 소통에 중점을 둔 안전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전 사업장에서는 관리감독자 간담회, 분기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협력사 안전협의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사소한 사고징후도 놓치지 않도록 아차사고 발굴 제도를 운영해 잠재위험을 신속히 개선하고 있다.
특히 매년 11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실시하는 전사 소방훈련 경진대회는 KAI의 대표적인 안전 이벤트다. 2023년 대회에는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 직원들까지 소화기 사용, 화재호스 전개, 응급환자 이송, CPR·AED 실습 등에 참여하며 실전 대응능력을 키웠다. 겨울철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초기 대응능력을 몸에 익히는 이 행사는 전사 안전의 날 행사와 연계되어 우수 조직 포상도 이루어진다.
KAI는 매년 12월 CEO 주관 안전의 날 행사에서 뛰어난 안전 개선 활동을 시상하며 임직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KAI 내부에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가 정착되고 있으며, 회사는 무재해 사업장 유지를 넘어 산업계 안전문화 선도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탄소중립 앞서 준비

항공산업 특성상 탄소중립 대응도 중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KAI는 환경(E) 부문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1996년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환경경영시스템 ISO 14001 인증을 취득해 오염물질 관리체계를 갖췄고, 2023년에는 에너지경영시스템 ISO 50001까지 인증받아 에너지 효율 관리에 나섰다.
이러한 체계 아래 지난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을 확보, 경남 사천 본사 건물 8곳의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완공했다. 현재 KAI 전 사업장에는 태양광 설비가 구축되어 있으며 생산된 전력은 100% 자체 소비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이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매년 약 3천 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되며, 향후 자체 투자를 통해 태양광 설치 범위를 협력사 시설 등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전직원의 참여 속에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안전의식을 높이고 비상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KAI는 중대재해 제로와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이러한 훈련과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KAI는 친환경 첨단기술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로 꼽히는 AAV(미래형 비행체)와 수소연료 추진 항공기 등에 대한 선행 연구·개발을 진행하여 향후 탄소중립 시대의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제품 측면에서도 항공기 경량화 기술, 친환경 소재 적용 등을 통해 군용기와 민항기의 탄소 배출 저감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KAI는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환경 부문 등급이 ‘B+’에서 ‘A’로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깨끗하고 안전한 첨단기술로 미래가치를 창출한다”*는 비전 아래, KAI는 친환경·안전 기술 개발과 경영의 연계를 추구하며 업계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미래 대비하는 지속가능 경영…방산업계 모범

이처럼 KAI는 안전보건, 윤리준법, 환경사회 책임의 전 분야에 걸쳐 모범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방산업체라는 특성상 보안이나 품질 못지않게 안전과 투명성을 중시한 결과, 대내외 신뢰도도 높아졌다.
실제로 KAI는 지난해 국내 방산업계 최초로 정보보안 경영시스템(ISO/IEC 27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ESG 각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실사 의무화 등 대외 환경 변화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협력사 교육 등 항공우주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청렴하고 체계적인 윤리경영 실천을 통해 ESG 경영을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KAI는 ESG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점검·개선하며 지속가능 경영의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항공기 제조업은 높은 기술력뿐 아니라 안전과 사회적 책임이 필수적인 산업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안전한 일터, 깨끗한 환경, 투명한 경영을 향한 꾸준한 실천으로 국내 제조업 전반의 ESG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KAI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