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립외교로는 경제해법 풀 수 없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정부 들어 우리 외교를 보면 미국과 일본 중심의 일편단심 외교가 아닌가 싶다. 우리만 유독 신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에 비례해 우리 수출경제는 뒷걸음 연속에, 무역적자는 올해 들어 지난 10일 기준으로 294억 달러 적자이다.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수출 급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수치이다. 대중 무역적자가 가장 크게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최대 수출국에서 최대 수입국으로 역전된 상황이다. 중국과 대만은 아옹다옹해도 수출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만의 주 수출 무대도 중국이다.

 

주말을 거치면서 한가지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뉴스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만났다고 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양국 관계와 대만·우크라이나 문제 등 현안을 놓고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줄 알았지만, 건설적인 대화까지 했다는 보도이다. 가장 민감하게 대치하는 분야에서 문제가 확대 재생되기 전에 이를 수습하려는 외교전으로 보인다. 마치 칼로 물 베기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한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이라는 현실적인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미국의 고육책일 수 있다. 중국 없이는 미국 시민들이 경제적 수혜를 누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첨단 기술 외에 생필품 시장은 특히 그렇다. 미·중은 현실적 타협이 필요한 사이이다. 중국은 시장으로 외교무대를 확장하는 듯하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호주와 일본도 겉으로는 미국의 동맹 외교에 동참하는 듯하지만, 중국과의 대화 고리를 놓지 않고 있다. 중국이라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수출 전선에서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의 수출이 고꾸라지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선진 7개국이 중국과 정치적 대척점에 목소리를 함께 내면서도 뒤로는 경제적 손을 내미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국익 때문이다. 우리가 지난 1년간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러시아를 대놓고 무시 외교로 일관할 때 무역적자는 깊어져 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오비이락 격이라고 비유하기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외교의 기본은 국익이지만 우리가 동맹복원이라는 기치 아래 지난 1년 동안 펼쳤던 한미, 한일 정상 간 외교로 돌아온 건 무역적자뿐이었다. 미·일에 퍼주고 동맹복원을 과시했지만, 중러시장으로부터는 외면당한 꼴이 났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일이 중러와 협상하는 데 힘을 보태는 모양새이다. 미·일은 한국을 손에 쥐고 중러와 유리한 협상을 하는 지렛대로 삼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반도체와 배터리로 미·중·러·일과 벌일 협상 카드를 고스란히 미·일에 넘겨준 꼴이다. 좀 과하게 보자면 그렇다. 미·일만 믿고 중국과 러시아에 큰소리친 결과는 상대국이 수출 전선에서 지뢰를 추가 매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매설한 지뢰 제거에는 위험과 긴장이 따른다.

 

미·일과 동맹을 복원했다고 외교 상대국에 큰소리쳐서 돌아온 건 무시였다. 그 사이 미·일은 중국과 은밀한 대화를 넘어 공개적으로 만나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면 마치 쫓던 닭이 지붕으로 올라가 버린 닭 쫓던 개 꼴이다. 중국은 최근 한중 간 예정됐던 각종 회의와 행사를 돌연 취소하고 있다. 이달 초 인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 중국 재정부장(장관)과 인민은행 총재가 돌연 불참했고, 최근 한·중·일 외교부 부국장급 회의와 한중 경제인 행사가 일방 취소됐다. 업무상 중국 가는 길도 예전 같지 않다. 멀쩡한 안보와 경제 동맹체를 편 가르기 하는 행보가 낳고 있는 결과물이다. 미국도 국익을 위해 중국과 밀착하는 판에 미·일 외에 주요 교역국들과 등지는 외교로는 국가도 기업도 국민도 힘들어지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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