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세액 공제 한도로 반도체법 발목 잡지마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반도체 칩 없이는 휴대폰도 자율주행도 인공지능도 무용지물이다. 4차 산업 혁명의 주체인 반도체를 둘러싼 한국, 미국, 중국을 둘러싼 삼각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반도체 기업 세액공제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조금과 세액공제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보고도 세수 우려로 세액 공제율을 8%에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일명 K-칩스법은 법안 발의 4개월째 국회에서 최종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반도체는 우리 전체 수출액의 20%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미국, 대만 등 경쟁국에 밀리면 수출전선에서 치명적인 덧에 걸릴 수 있다. 미국은 대만, 일본, 네델란드과 연합해서 대중국 압박 작전을 개시한 상태이다. 첨단장비를 포함한 반도체 수출 금지와 함께 자국 내 반도체 기업에 대해 377조원의 보조금과 최대 25%의 세액공제까지 지원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절대 강자인 대만의 TSMC는 미국과 일본내 공장 증설에 나섰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3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소니와 TSMC 공장을 찾았다. 애플은 삼성과 휴대폰부터 반도체까지 초격차 기술로 승부를 벌이고 있는 강력한 경쟁상대이다. 우군을 일본까지 더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반도체 최대 시장 중국도 조여 오는 미국 동맹에 맞서 1조위안(187조원) 규모의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안을 마련해 내년 1분기부터 지원할 것이라는 보도이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고사작전에 나서자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장비 구매 금액의 2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을 겨냥, 현지에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장을 두고 있지만 장비 성능 개선이 미국의 규제로 제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미중 양국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산 중심으로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우선하고 특히 미국이 중국 시장에 대한 규제 압박 단계를 높일수록 삼성과 하이닉스로 대변되는 K-반도체 전선은 북풍한설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절대 강자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D램 매출이 전 분기보다 34.2% 감소하는가 하면 SK하이닉스는 1조5천억원 규모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삼성과 SK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은 봉쇄령에 막혀 축소되고 있는 판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기업들을 전선에 보내놓고도 알아서 살아 돌아오라고 하고 있다. 여야가 반도체 특별법 일명 K-칩스법을 발의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지난 15일에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K칩스법)’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신속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운영을 위한 국가산업단지로의 우선 지정 ▲ 전략산업 등 관련 대학 정원 조정 근거 신설 ▲ 특화단지 조성·운영 및 입주기관에 대한 우선 지원 근거 마련 ▲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및 사업적정성 검토 근거 신설 등을 규정했다.

 

하지만 K-칩스법의 또 다른 핵심 법안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은 논의조차 시작을 못하고 있어 반쪽짜리 K칩스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특법 개정안은 반도체 설비 투자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산업계의 기대가 큰데도 정부가 세액공제 상한선을 8%로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당 안은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6%→20%, 중견기업 8%→25%, 중소기업 16%→30%로 올리자고 하고 있고, 야당 안은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30%로 대기업의 세액공제 인상 폭이 작다. 하지만 여야 간의 차이보다는 정부안은 8%로 요지부동이다. 여야 안대로 하면 내년 법인세 세수가 2조6970억원 규모나 감소한다는 이유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대만 등도 세수 부족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마당에 정부 세액 공제안은 반도체 산업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어깃장으로 보인다. 이 엄혹한 반도체 한냉 전선에 빈데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아니길 바란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