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산업혁명 이후 200년 가까이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석탄. 석탄을 때워 전력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
석탄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는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연기는 기후위기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화력발전소가 역사 속으로 서서히 퇴장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력발전소는 더 이상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아니라 ‘퇴출 대상 1호’라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세계 각국은 석탄발전 퇴출을 공식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산업화 이후 급격히 증가한 온실가스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초래했고, 폭염·폭우·가뭄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됐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위기를 막기 위해 2015년 파리협정을 채택하며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석탄이다. 석탄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대표적 산업으로, 전 세계 전력 부문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결국 석탄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경제성 문제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는 지난 10여 년간 급격히 하락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석탄보다 저렴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반면 석탄발전은 탄소배출권 비용과 환경 규제 강화로 운영비가 상승하면서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문제도 탈석탄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석탄발전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을 배출해 호흡기 질환과 조기사망 위험을 높인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석탄발전의 실질 비용은 훨씬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의 역사는 1930년 11월 준공된 서울 마포구 당인리 발전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에는 서울지역 전력 공급의 75%를 담당할 정도로 석탄발전의 규모가 컸다.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 현재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60기다.
원자력, LNG, 신재생 등 에너지원별 발전량(한국전력통계 자료)을 봤을 때 60기의 발전량은 정점을 찍었던 2018년 기준, 전체의 41.9%다. 발전소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28기가 태안, 보령, 당진 등 충남에 집중돼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충남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작년 12월 31일 오전 11시 30분을 기해 발전을 공식 종료했다. 1995년 6월 1일 첫 불을 밝힌 지 30년 만이다. 전국 석탄화력발전 가운데선 일곱 번째다.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명예로운 발전 종료’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탈탄소 녹색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화력발전소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28기가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불을 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2021년 8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2030년까지의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못 박았다.
우리 정부의 최종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에너지 체계 전환을 추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방법이다.
지방정부도 적극적이다. 충남과 경기 등은 이미 탈석탄 정책을 선도하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구조 재편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화력발전소 폐쇄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석탄발전소 폐쇄는 해당 지역의 산업 기반 약화와 고용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발전소 인력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일자리 상실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일자리 전환, 폐쇄 지역에 대한 경제 지원, 노동자 재교육 및 직무 전환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탈석탄 정책은 “속도와 현실성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빠른 폐쇄는 전력 수급 불안과 지역경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늦어질 경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
결국 향후 정책의 성패는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 전력망 확충,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전환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