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 낸 아리셀 박순관 대표, 항소심서 징역 4년으로 감형

2026.04.22 16:20:29 박광춘 기자 safetynewsrok@gmail.com

24년 전지 공장화재로 23명 사망한 아리셀 대표 항소심, 15년서 4년으로
재판부 “참사 책임 무겁지만 유족·피해자와 합의한 점 고려”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23명의 사망자가 나온 아리셀 공장 화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는 22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파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대표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도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에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지난해 9월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선고된 사건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량으로 평가됐다. 이후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화재 발생 이틀 전 이미 폭발 사고가 있었고 위험 신호도 나타났는데, 피고인들이 발열 전지의 위험성을 가볍게 보고 후속 공정을 계속 진행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해당 화재 이틀 전 폭발사고가 나 전조증상이 있었음에도 발열 전지에 대한 위험성을 안일하게 생각하고 후속 공정을 계속 했다”며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점에서 책임이 매우 중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 판단에서 피해 회복을 위한 합의 과정을 반영했다. 재판부는 “일부 피해자 유족들이 처벌을 탄원하고 있으나 피고인들이 모든 상해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판시에서는 사망 피해자 유족 전원과 부상 피해자 전원과 합의가 이뤄진 점도 함께 고려했다. 재판부는 일부 유족이 엄벌을 요구하고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합의의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하면 피고인들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거나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순관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리셀 업무 상당 부분을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맡긴 배경에 경영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나 파견법상 책임을 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충분한 근거는 없다고 봤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비상구 설치 의무와 관련한 일부 판단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과 해당 건축물 자체에 비상구를 두도록 정하고 있을 뿐, 층마다 별도의 비상구 설치를 의무화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장 3동 2층에 별도 비상구 설치 의무가 있다고 본 1심 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는 회사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해 온 만큼 책임의 무게가 박순관 대표보다 더 크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법정형과 별도로 함께 문제 된 군납 전지 관련 사기 범행의 법정형이 무겁더라도, 피해액이 모두 변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이유로 화재 피해 전반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가중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1심에서 징역형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아리셀 상무 등 3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이 각각 선고됐다. 1심에서 금고 1년을 선고받았던 오모 아리셀 생산파트장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사건은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비롯됐다. 당시 작업 중이던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었다.


검찰은 박순관 대표가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중대재해에 대비한 매뉴얼도 마련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는 전지 보관·관리와 화재 대응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대형 인명 피해를 낳았다고 봤다.


검찰은 또 아리셀 임직원들이 생산 편의를 이유로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으며,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만 드나들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숨진 23명 가운데 20명은 파견근로자였고, 상당수는 입사한 지 3~8개월가량 된 노동자들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선고 직후 법정에서는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항의하는 등 한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판장은 판결 선고 뒤 방청석 소란이 이어지자, 유족이 아닌 방청객이 소란을 계속할 경우 감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유족들의 항의를 들은 뒤 재판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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