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재난안전뉴스 이용훈 기자 | 이른바 기후위기의 시대이다. 건조·고온 현상이 심화되며 전국 산불 재난이 대형화하고 있다. 실제 대구 함지산 산불과 경북 산불 등 최근 대형 화재 때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치며 대응이 한계에 부딪혔다.
기존 산불진화용 헬기는 러시아제 카모프(Ka-32) 등 해외 기종이 많아 노후화와 부품 수급 불안이 심각하다. 산림청은 임차한 러시아·미국산 헬기를 운용해 왔으나 부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어, 국산 헬기를 중심으로 한 운영 체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림청·지자체 헬기 현황.. 대부분이 외산이고 노후 헬기
현재 산림청은 50대의 산불진화 헬기를 보유 중이다. 이중 62%가 러시아제 구형 기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어 29대 중 8대가 가동을 멈춘 상태다. 광역 지자체가 임차한 헬기도 대부분 사용연수 30년을 넘긴 노후 기종이다.
예컨대 경북도의 임차 헬기 19대 중 13대가 이미 30년 이상 운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헬기는 러시아산이 많아 부품 조달이 어렵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Ka-32 산불진화헬기(3대 임차)와 미국 MD500·MD600급 헬기가 있는데, 이들 기종은 대부분 도입 시기가 오래되어 노후도가 높은 상황이다.
국산 고성능 수리온 헬기..이번 산불 대응에서 효과성 검증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강구영)수리온은 한국형헬기개발사업(KHP)의 일환으로 2006년부터 개발된 국산 중형 다목적 헬기이다. 군·민 수송·의무후송 임무를 위해 개발됐으며, 2012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국산화율이 50% 이상으로 세계적인 다목적 헬기와 성능을 겨룰 수준으로 제작됐고, 안전성과 기동성이 이미 검증됐다.
특히, 산불진화형 KUH-1FS 모델은 여기에 구조적 개조를 더해 소화 장비를 갖췄다. 기본 군용 수리온과 달리 KUH-1FS는 3500ℓ급 외부 소화통과 자동 물주입 펌프를 장착하고, 열화상 센서 등 진화용 장비를 추가했다. 항법능력 강화와 야간 비행을 위한 투시경·센서 등의 디지털 장비도 탑재해 군용 헬기와 구분된다.

수리온은 국산 헬기 중 유일하게 야간 진화가 가능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투시경과 센서를 장착해 야간에도 비행과 진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최대 시속 287km, 체공시간 200분에 달한다. 기동성이 우수해 도심이나 산간 지역 산불 대응에 적합하다. 지난 4월 대구 함지산 산불 당시 야간에 수리온 헬기 2대를 투입해 총 3만6000ℓ의 물을 투하함으로써 진화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멀리서 연기를 본 주민들도 “저 헬기가 수리온이구나, 야간 진화가 가능하다던데…”라며 진화 효과에 주목했다고 한다. 이처럼 수리온은 초기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야간에도 산불 진화가 가능하도록 해 효과적인 피해 최소화를 가능케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리온 중심 체계 전환, 이제 본격 화두로
수리온을 산불 진화 헬기 체계의 중심으로 전환하면 부품 조달 안정성과 유지보수 비용 절감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국산 헬기인 만큼 주요 부품을 국내 기업에서 공급받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정비 기술 인프라도 확충이 수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수리온 헬기는 국내 엔진·항전 장비를 장착해 정비 편의성이 높다. 이로 인해 노후 외산 기종 대비 장기 운용 비용이 낮아지고, 전세기 임차 등 연료·수송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전용 헬기체계를 구축하면 산불 발생 시 장기 이착륙 없이 즉각 투입함으로써 현장 도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실제 대형산불 대응 시 수리온 헬기는 3시간 만에 진화율을 19%에서 54%로 높이며 초기 대응의 효과를 입증했다. 따라서 수리온 중심 체계는 대응 속도와 안정성을 함께 높여 산불 피해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불 대응, 더욱 대형화하고 효율화해야.. 진화체계 혁신필요
외국은 산불 진화에서 헬기 전력을 다양화해 운용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US Forest Service)는 미군 사용 전력 헬기와 전용 비행대로 화재 대응을 병행하며, 대형 폭격기·수륙양용기도 활용한다. 호주와 캐나다는 국토가 넓어 헬기와 소방기동대를 융합 운용하며 대형 수송헬기(예: CH-47 치누크급)를 적극 투입한다. 물론, 국토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같은 공격적인 대응 방법을 쓰기는 쉽지 않지만, 그 시사점은 분명히 크다.
더욱이 갈수록 더욱 강해지고 잦아지는 산불 진화를 위해서 대응 방식 역시 강해지고 대형화해야 한다. 결국 국산 헬기 수리온의 비중을 확대하고 보유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할 이유이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공동 출자 방식으로 수리온 헬기를 확보하고, 전문 운용 인력을 양성하면 빠른 투입과 유지관리를 담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리온 헬기를 중심으로 한 국산화 전략은 부품·정비 안정성 확보와 대응 시간 단축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예산 확보와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실전 산불 진화 매뉴얼과 연계해 수리온 전용 진화대 편성을 추진해야 한다. 빅데이터와 드론 기반 예측 시스템과 연계해 헬기 투입 시점을 최적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대형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헬기 진화 체계의 혁신은 필수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재난의 대형화 추세에 비춰보면, 구식 외산 헬기 중심의 구도를 탈피해야 한다. 국산 수리온 헬기 도입 확대와 산불 진화 체계 개편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산불 대응 역량을 높이는 열쇠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