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코로나19 기간 동안,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오히려 평소 노출되는 감염병에 오히려 면역성이 저하되면서 독감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환절기에 이어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면서 각 병의원에는 독감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은 15일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병의원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61.3명이나 됐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간(19~23년) 최고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이 수행하는 의원급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표본감시(196개소) 결과, 12월 2주에 외래환자 1000명당 61.3명으로 최근 5년간(’19~’23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7~18세 학생 연령층이 타 연령대비 높은 발생을 보였다.
병원급 입원환자 표본감시(218개소) 결과, 12월 2주 입원환자수는 1047명으로 65세이상이 전체의 40.3%*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입원환자 비중(%): 65세이상(40.3%) > 50-64세(15.8%) > 19-49세(12.7%) > 7-12세(11.9%) > 1-6세(9.6%) > 13-18세(8.0%) 순.
질병청에 따르면 최근 환자 최고점은 2019년 49.8명, 2020년 2.8명, 2021년 4.8명, 2022년 60.7명 등으로 올해 기록을 경신했다.
연령별로 보면 13~18세에서 133.4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7~12세(120.1명), 19~49세(78.9명), 1~6세(49.5명), 50~64세(34.5명). 65세 이상(15.3명) 등의 순이다.
병원 218곳을 대상으로 하는 표본감시에 따르면 입원환자도 12월 둘째 주 1047명으로 전주(797명)보다 31.4% 늘었다. 65세 이상이 전체의 40.3%를 차지한다.
독감 유행은 11월 시작돼 이듬해 3~4월 끝난다. 그러나 올해는 독감 기세가 연중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독감 유행주의보가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시기 3년간 쌓인 ‘면역 빚’을 한꺼번에 갚는 것으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강력한 방역 조치로 코로나19 뿐 아니라 다른 호흡기 감염도 크게 줄었는데 감염으로 얻게 되는 자연 면역력도 덩달아 감소하면서 갚아야 할 빚처럼 한꺼번에 다수가 감염된다는 것이다.
양현종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0명 중 8명에게 항체가 있으면 그 집단에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중간에 끊긴다. 코로나 기간 독감 환자가 역대 최저로 떨어졌는데 접종률은 그대로이고 자연 감염으로 항체를 얻은 이들은 적다 보니 바이러스가 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 백신”이라며 "특히 65세 이상과 생후 6~59개월 소아나 임신부 등은 독감 고위험군에 속해 접종해야 한다"고 권한다.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유행상황 및 일부 항바이러스제 품귀 현상에 따른 의료현장 및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1월 국가비축 항바이러스제 시장 공급에 이어 추가 공급도 추진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관학회와 공동으로 최근 항생제 내성 및 임상 상황을 반영한 「소아 마크로라이드 불용성 중증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치료 지침」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우선 사용하는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내성 환자에 사용 가능한 항생제의 사용범위 확대를 관련 학회(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함께 검토 진행 중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유행 중인 호흡기감염병의 유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치료제 수급, 항생제 내성 관리, 예방접종, 진료지침 보급 등 다양한 대책을 통해 호흡기감염병 유행 분야별 대응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바른 손씻기, 기침 예절, 마스크 쓰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고,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 공동생활을 하는 공간에서는 식기, 수건, 장난감 등의 공동사용을 제한하고, 소아, 학령기 아동들의 호흡기 증상 발생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여 적시에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 감염 시 폐렴 등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와 임신부, 65세 이상 노년층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