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작년 이후 오염수 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일본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의 동해안 역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작년 이후 오염수 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관련 당국은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지시했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총리로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대한 엄격한 지도, 관계 기관 협력, 정중한 설명과 정보 제공 등을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사이토 경제산업상은 고바야카와 도모아키 도쿄전력 사장과 만나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도쿄전력의 원전 폐쇄 작업 안전성이 지역과 국내외에 불안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일련의 문제에 공통된 요인이 있는지 분석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인적 실수를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고바야카와 도쿄전력 사장은 "안전 확보 관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안이었다"며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토 경제산업상과 만난 뒤 취재진에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효과적인 실수 방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지난해 10월 도쿄전력 하청업체 직원들이 다핵종제거설비(ALPS) 배관을 청소하던 중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액체를 뒤집어쓰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7일에도 배관 밸브를 열어둔 채 작업한 탓에 오염수 1.5t이 누출됐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10월 사고와 관련해 작업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중대한 위반이 될 우려가 있었다"며 개선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선 물질이 잇따라 나온다면 우리의 동해안 역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환경 문제 및 생태계 파괴, 특히 동해안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업인에게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이 우려된다.
한편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해 8월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강행해 지금까지 세 차례, 모두 2만3400t을 내보낸 데 이어 이달 말 7800t의 4차 방류도 앞두고 있어 인근 나라인 우리를 더욱 공포스럽게 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모두 7회에 걸쳐 5만4600t의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낼 예정이다.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뒤 바닷물과 섞어 방사성 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 앞바다에 쏟아내고 있다. 원전 폐로(해체)가 늦어지면서 하루에 90t씩 오염수가 새로 발생해 사실상 ‘깨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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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의 안전성도 논란이다.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내어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계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여러 나라 과학자들이 다양하게 시료를 채취해 방사성 물질 농도 변화를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일본은 거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면서 요구한 ‘한국 전문가의 원전 상주’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대신 정기적 현장 방문만 이뤄지고 있다. 지금의 검증은 일본이 제공하는 ‘시료 채취·분석’에 의존하는 수준이다.
한편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등 ‘풍평(소문) 피해’를 호소하며 보상 청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어업자나 수산물 가공업자 등을 중심으로 보상 청구가 130건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피해를 막기 위해 800억엔의 기금을 확보했고, 도쿄전력은 실질적인 보상을 하고 있다. 한국 어민 등 주변국 사람들에 대한 피해는 보상에서 제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