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정부는 30일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누구나 안심하며 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으며, 정부 출범 직후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로드맵 마련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선진국 정책 사례, 현장의 안전보건관계자, 안전보건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노사 의견 등을 폭넓게 청취.수렴(총 29회)하여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했다.
금번 로드맵은 2026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의 사고사망만인율 0.29퍼밀리아드 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를 담고 있다.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기업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지원하되,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엄중한 결과책임을 부과한다는 전략과, 중대재해가 다발하는 중소기업, 건설.제조업, 추락.끼임.부딪힘, 하청 사고에 대해 집중 지원 및 특별 관리한다는 것이 로드맵의 핵심 전략으로서 추진된다.
첫째, 위험성평가를 핵심수단으로 사전 예방체계를 확립한다.
예방과 재발방지의 핵심수단으로 위험성평가 개편
위험성평가는 국제적으로 안전보건관리의 초석으로 평가받는 매우 중요한 제도로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수단이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란 ①정부가 제시하는 하위규범·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마련하여, ②평상시에는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제거하고, ③사고 발생 시에는 예방노력의 적정성을 엄정히 따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안전관리 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산업안전보건법에 위험성평가를 도입·시행한 지 9년이 지났으나 아직 현장에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위험성평가 실시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의 세세하고 획일적인 산업안전보건법령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위험성평가 활성화를 위한 제반 법․제도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위험성평가를 추가적인 규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제대로 실시하지도 않고 근로자의 참여도 낮은 상황이다.
이에 로드맵을 통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여 위험성평가의 현장 안착에 매진한다. 위험성평가 제도를 ‘핵심 위험요인’ 발굴‧개선과 ‘재발 방지’ 중심으로 운영하고, ‘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아차사고와 휴업 3일 이상 사고에 대해서는 모든 근로자에게 사고사례를 전파·공유하고 위험성평가 시 재발방지대책을 반영하도록 지도하여 사고의 교훈이 현장의 안전으로 환류되는 체계가 마련되도록 지원한다.
중대재해 발생 원인이 담긴 재해조사의견서를 공개하고 사고발생부터 수습까지의 과정, 기업 문화, 안전보건관리체계 등 구조적 문제까지 분석한 중대재해 사고백서를 발간하여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공적 자원으로 활용되도록 한다.
위험요인 파악, 개선대책 수립 단계뿐만 아니라 사전준비, 위험성 추정·결정 등 위험성평가 全 과정에서의 근로자 참여를 확대한다. 해당 작업·공정을 가장 잘 아는 관리감독자가 숨겨진 위험요인 발굴 등 위험성평가의 핵심적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자 교육도 강화한다.
사업장별 정기(연 단위)·수시(공정·설비 변경 시) 평가 결과가 현장 근로자까지 상시 전달·공유될 수 있도록 「月-週-日 3단계 공유체계」를 확산한다. 스마트기기를 통해 위험성평가 결과가 현장 근로자까지 실시간 공유될 수 있도록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도 개발·보급한다.
산업안전감독 및 행정 개편
위험성평가의 현장 안착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안전감독 및 법령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정기 산업안전감독을 ‘위험성평가 점검’으로 전환하여 위험성평가 적정 실시여부, 위험성평가 결과의 근로자 공유 여부, 재발방지대책 수립·시행 여부 등을 근로자 인터뷰 방식 등으로 확인하고, 컨설팅,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한다.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Golden Rule) 위반 및 위험성 평가 적정 실시 여부 등을 중점 수사하여 엄중하게 처벌‧제재한다. 다만, 위험성평가를 충실히 수행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자료에 적시하여 검찰·법원의 구형‧양형 판단 시 고려될 수 있도록 한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동종‧유사 업종에 비슷한 사고가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재발방지에 중점을 둔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산업안전보건 법령 및 기준 정비
산업‧기술 변화 등을 반영하여 안전보건기준규칙 全 조항(679개)을 현행화한다. 안전보건기준규칙 중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핵심규정*은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규성을 유지하되,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사항은 예방규정**으로 전환하고 고시, 기술가이드 형식으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험성평가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시행 위반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 위주로 처벌요건을 명확화한다.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도 확행한다.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선진국 사례 등을 참조하여 제재방식 개선, 체계 정비 등을 강구한다. 이를 위해 ’23년 상반기에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산업안전보건 법령 개선 TF」를 운영하여 개선안을 논의‧마련한다.
둘째,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 분야를 집중 지원·관리한다.
우리나라 중대재해는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서 80.9%, 업종별*로는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72.6%, 사고유형별로는 추락‧끼임‧부딪힘 사고가 62.6%, 원‧하청별로는 하청 사업장에서 40%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효과적인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이러한 취약분야를 타겟팅하여 집중 지원‧관리한다.
중소기업: 안전관리 역량 향상 집중 지원
신설(6개월 내) 또는 고위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안전일터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진단-시설개선-컨설팅’을 종합 지원한다. 사업자등록 정보를 활용하여 신규 설립 사업주에게 산재예방 정보 및 안전일터 패키지 프로그램 참여를 안내한다.
중소기업 맞춤형 시설, 인력 지원 등 과감한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해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전폭 지원한다.
소규모 제조업(50인 미만)의 노후‧위험 공정 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안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 ’26년까지 안전보건 인력을 2만명 이상 추가 양성한다. 업종·규모별 직무 분석을 통해 「안전보건 인력 운영 가이드」를 마련하고 안전관리 전담인력 추가 선임 시 재정지원도 검토한다.
특히, 소규모 기업이 밀집된 주요 산업단지에 공동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을 지원하고, 노후화 산업단지 내 종합 안전진단, 교육, 예방활동 등을 수행하는 화학 안전보건 종합센터도 신설·운영한다.
중소기업 대상 민간 재해예방기관 기술지도는 위험성평가 컨설팅으로 전환하고, 시설·공정 전반의 위험요인 발굴 및 진단까지 확대 지원한다.
건설·제조업: 스마트 기술·장비 중점 지원
건설‧제조업은 위험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AI 카메라, 건설장비 접근 경보 시스템, 추락보호복 등 스마트 장비‧시설을 집중 지원하고, 근로자 안전확보 목적의 CCTV 설치도 제도화한다.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활용하여 건설현장의 스마트 안전장비 사용을 촉진한다. 스마트공장 사업에 산재예방 협업 모델(Safe & Smart 팩토리)을 신설하여 기계·설비의 설계·제작단계부터 안전장치 내장*(built-in)을 유도한다.
추락·끼임·부딪힘 : 3대 사고유형 현장 중심 특별관리
추락·끼임·부딪힘 3대 사고유형은 재해 유발 요인이 특정되어 있다. 그간의 사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추락 사고는 비계, 지붕, 사다리, 고소작업대, 끼임사고는 방호장치, 기계 정비 시 잠금 및 표지부착(LOTO), 부딪힘 사고는 혼재작업, 충돌방지장치 등 8대 요인이 사고와 직결된다.
이러한 3대 사고유형 8대 요인에 대해서는 스마트 안전시설·장비를 우선적으로 보급하고, 사업장 점검 시에는 핵심 안전수칙 교육 및 준수, 근로자의 위험 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한다. 핵심 안전수칙 위반 및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
원·하청: 안전 상생 협력 강화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원·하청 기업 간 안전보건 역할·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 향상을 지원하는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 협력 사업」을 확대하고, 협력업체의 산재 예방활동을 지원한 기업 등 상생협력 우수 대기업에 대해서는 동반성장 지수 평가 시 우대한다.
「Safety In ESG」 경영 확산을 위해 기업별 산업안전 관련 사항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포함하여 공시하고 ESG 평가기관에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산업안전 등 ESG 우수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를 검토한다.
셋째, 참여와 협력을 통해 안전의식과 문화를 확산한다.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업주-관리자-근로자 등 안전보건 주체가 각자의 역할과 권한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아울러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축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안전문화가 정착되어 노사가 안전을 ‘법과 규제’가 아닌 ‘당연한 가치’로 인식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 및 책임 확대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를 대폭 확대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참여의 중심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대상을 100인 이상에서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한다. 사업장 규모·위험요인별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적정 인력 수준을 제시하고 해당 기준 이상 추가 위촉 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현장 근로자가 안전개선 제안 활동과 작업중지도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도록 한다.
근로자의 핵심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한다.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따라 포상과 제재가 연계될 수 있도록 표준 안전보건관리규정을 마련·보급하고 취업규칙 등에 반영토록 지도한다.
범국민 안전문화 캠페인 확산
산업안전보건의 달(7월)을 신설하고 중앙 단위 노사정 안전일터 공동선언, 지역 단위 안전문화 실천 추진단 구성‧운영, 업종 단위 계절․시기별 특화 캠페인 등 범국가적 차원의 안전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사업장 안전문화 확산의 첫 단계인 안전문화 수준 측정을 위해 한국형 안전문화 평가지표(KSCI)도 마련‧보급한다.
안전보건교육 내용 및 체계 정비
근로자 안전보건교육을 강의 방식 외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포럼‧세미나 등 현장 중심으로 확대‧강화하고, 50인 미만 기업 CEO 대상 안전보건교육 기회도 확대‧제공한다. 초‧중‧고-대학 등 학령 단계별 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하고, 구직자 대상 직업훈련(1.5만개) 및 재취업지원(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등) 시 안전보건교육을 포함한다.
넷째, 산업안전 거버넌스도 재정비한다.
현재 안전보건정책은 산업안전감독관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공단, 민간 재해예방기관, 지자체 등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중대재해 감축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보건 서비스 전달 기관 간 협업·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
산재예방 전문기관 기능 재조정
양질의 종합 기술지도·컨설팅을 제공하는 「안전보건 종합 컨설팅 기관」을 육성하고, 평가체계를 개편하여 우수기관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용역 발주 시 가점 등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안전보건공단의 중소기업 지원(기술지도, 재정지원 등) 기능을 확대·개편하고, 위험성평가제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비상 대응 및 상황 공유 체계 정비
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응급의료 비상 대응체계를 정비한다. 응급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근로자 대상 CPR(심폐소생술) 교육을 근로자 의무 교육시간으로 인정한다. 이를 통해 ’26년까지 사업장 내 CPR이 가능한 근로자를 50%까지 확대한다.
사업장별 비상상황 초기대응, 응급 의료기관 이송경로 등을 포함한 「현장 비상상황 대응 가이드라인」도 마련·보급한다.
중대재해 상황공유 체계도 고도화한다. 가칭 ‘산업안전비서’ 챗봇 시스템 등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중대재해 속보를 전파·공유하고 지자체, 직능단체, 민간기관, 안전관리자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여 사고속보를 실시간으로 문자 전송한다. 중대재해 현황 등을 지도 형태로 시각화한 사고분석·공개 플랫폼도 구축한다.
중앙-지역 간 협업 거버넌스 구축
지자체·업종별 협회가 지역·업종별 특화 예방사업을 추진할 경우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행 법령 체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즉시 이행 가능한 과제는 ’23년부터 신속히 착수하여 가시적인 감축 성과를 도출하고, 법령 개정 및 예산 수반 과제는 연차별 세부 추진계획 수립 및 정기적인 이행 점검 등을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