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유예지 기자 | 신생아와 산모가 함께 있었던 청주의 한 산부인과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의료진과 산모들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를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예방에 대한 철저한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2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9분경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 소재의 산부인과병원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 122명(병원 직원 70명, 산모 23명, 아기 23명, 일반환자 6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로 제왕절개를 준비하던 산모는 수술 전 가까스로 몸을 피했으며, 산모 4명과 신생아 4명이 연기를 흡입, 화재를 피하다 하혈을 한 산모가 발생해 인근 산부인과병원에 도움을 요청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이 병원 6층의 신생아실까지 빠르게 번져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으나 병원 내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가 빛났다. 산모와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선적으로 신생아들의 연기 흡입을 막기 위해 외투와 수건으로 감싼 뒤 품에 안았다. 병원 직원들은 아이들을 엄마들에게 신속하게 인계하고 비상구를 안내했고, 산모들은 인계받은 신생아들을 품에 안고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비상구로 탈출했다고 한다.
산부인과 직원은 "소화기로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불길이 너무 빨리 번져 소용이 없었다"며 "아이들부터 대피시키는 게 우선이었고 주변에 있던 고객, 보호자들이 아기들을 안고 밖으로 재빨리 나갔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25대와 인력 60여 명을 투입, 진화 작업을 벌여 3시간 10여 분 만에 불을 진압했지만, 산부인과 신관, 구관, 본관, 인근 모텔, 차량 10대를 모두 불에 탔다고 설명했다.
해당 화재 감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청주 청원 경찰서, 충북소방본부가 참여해 불이 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신관 1층을 위주로 감식을 진행,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제천 참사와 유사한 화재였지만 직원들의 대처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비상구 관리도 잘 돼 이동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지난 24일 발생한 서울 노원구의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에서 스프링쿨러가 미작동하고, 비상벨은 물론,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면서 "철저한 준비와 설비 작동이 인명 및 재산 피해 최소화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