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슈] 진주물류센터 사망 9일來 잠정합의.. 화물연대·BGF 남겨진 숙제는

화물연대, 29일 새벽 BGF로지스와 단체합의서 잠정 합의
오전 11시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서 조인식.. 체결 뒤 주요 센터 봉쇄 해제 방침
노동 장관 중재 속 마라톤 교섭 결실.. 운송료·휴무·손배 문제 등 쟁점 숙제 여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진주 CU 물류센터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고로 촉발된 화물연대와 BGF로지스 간 갈등이 잠정합의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단순한 임금과 노동조건 교섭을 넘어, 합의내용의 이행, 특수고용·위탁 구조에서 원청의 교섭 책임 등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서 향후 상황은 여전히 살엄판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화물연대와 노동당국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이날  오전 5시쯤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와 단체합의서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식 조인식은 화물연대 내부 절차를 거친 뒤 이날 오전 11시 고용노동부 진주지청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합의서가 정식으로 체결되면 곧바로 주요 물류센터 봉쇄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 휴무 확대, 손해배상 청구 금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전면 취소 등을 BGF로지스 측에 요구해왔다. 

 

김영훈 장관 진주 방문.. 교섭 중재가 돌파구

 

이번 잠정합의는 고용노동부의 중재가 본격화된 뒤 이뤄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인 28일 오후 8시 화물연대와 BGF로지스의 4차 교섭이 열리는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을 직접 찾았다고,  조합원 사망사고 이후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자, 주무 부처 장관이 현장 중재에 나선 것이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빠르고 원만하게 교섭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기 위해 왔다”며 “새로운 틀을 만들면 비 온 뒤 땅이 굳어질 것인 만큼 좋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잘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양측은 사고 발생 이틀 뒤인 지난 22일 처음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이후 CU 물류센터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안 등을 놓고 교섭을 이어갔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한 뒤, 전날까지 16시간에 이르는 마라톤 교섭을 포함해 세 차례 만남이 있었으나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이견이 남아 있었다.

 

철동노동조합 위원장인 출신인 김 장관은 앞서 지난 22일 양측의 대화 창구를 여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8일 직접 진주지청을 방문하면서 교섭에 속도가 붙었고, 결국 29일 새벽 잠정합의로 이어졌다.

 

발단은 진주 CU 물류센터 사고.. 조합원 1명 사망·2명 부상

 

이번 사태는 지난 20일 오전 10시 32분쯤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시작됐다. 화물연대 집회 현장에서 비조합원이 운전하던 화물차가 집회 참가자들을 치면서 화물연대 조합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사고 이후 화물연대와 공공운수노조는 BGF리테일과 BGF로지스에 책임 있는 교섭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왔다. 물류 현장의 운송 구조와 노동조건, 원청 책임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갈등은 빠르게 확대됐다.

 

화물연대는 주요 물류센터 봉쇄 등 압박 수위를 높였고, BGF로지스와의 교섭도 이어졌다. 그러나 운송료와 휴무, 손해배상 문제, 가처분 신청 철회 여부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노동위 판단도 변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교섭 요구 적법”

 

교섭 국면에서는 노동위원회의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왔다며 BGF리테일에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전날 공공운수노조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면 화물연대가 원청인 CJ대한통운·한진에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 판단을 근거로 BGF 측과의 협상 테이블에도 화물연대가 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민현기 노무사는 “택배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조합 화물연대 본부의 교섭 요구는 개정 노동조합법, 일명 노란봉투법의 적용 대상임을 명시적으로 확인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CJ 대한통운과 한진, BGF는 택배 화물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전국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조합의 단체 교섭에 응해야 한다”며 “BGF는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적극적 자세로 교섭에 임해 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봉쇄 해제 예고.. 갈등 수습은 조인식 이후가 관건

 

화물연대가 정식 조인식 이후 주요 센터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물류 차질 우려는 일단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합의 내용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이행될지, 사망사고 이후 제기된 책임 문제와 재발 방지 대책이 어느 수준까지 마련될지는 조인식 이후에도 계속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당초 원청 교섭 압박을 위해 28일 오후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다음 달 1일 노동절 집회도 종로구 세종대로가 아닌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번 잠정합의로 향후 투쟁 일정과 방식에도 조정이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임금·노동조건 교섭을 넘어, 특수고용·위탁 구조에서 원청의 교섭 책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와도 맞닿아 있다. 진주 물류센터 사고로 드러난 물류 현장의 갈등이 잠정합의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안전한 노동환경과 책임 있는 교섭 구조를 정착시키는 과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겨져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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